마이크로소프트(M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풍부한 현금 보유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986년 상장 이래 단 한번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MS가 16일(현지 시간) 8억5천600만 달러 규모의 배당금 지급을 공식 선언했다.
MS의 풍부한 현금 보유고를 감안하면 8억5천만 달러 상당의 배당금은 그리 부담스런 액수는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MS는 현재 현금 보유고가 434억 달러에 달하며, 매달 10억 달러 정도의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R&D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MS인 만큼 배당금 지급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존 코너스 CFO는 이날 배당금 지급 방침을 발표하면서 "저성장 기조로의 회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MS의 배당금 지급 결정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반독점 소송이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 90년대 같은 고성장세로 주주들에게 보답하기 힘들어진 데다 ▲ 최근 부시 행정부가 배당세를 폐지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반독점 소송 실마리 풀리며 '용기'
미 연방판사는 지난 11월 MS와 법무부 간의 합의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 때 회사 분할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거론됐던 MS 제재안은 비교적 온건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또 지난 주에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도 11억 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 동안 제기된 반독점 관련 집단 소송 중 최대 규모였던 캘리포니아 주 소송건을 끝내면서 MS로선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유럽연합 위원회(EC), 선마이크로시스템스, AOL 타임워너 등과의 법정 공방이 남아 있다. 특히 EC는 경우에 따라선 매출의 10%, 최대 3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내 반독점 소송을 마무리한 상황인 만큼 더 이상의 격전은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셔런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아 있는 소송들은 MS의 비즈니스에 심각한 전략적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금 지급을 결의한 것은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MS는 그 동안 "반독점 소송을 계속하려면 '실탄'이 필요하다"며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억눌러 왔다.
◆ 투자자 배당 요구에 '화답'
최근 들어 높아진 기관 투자가들의 불만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S는 지난 1990년대 고성장세를 구가할 당시만 해도 이같은 주주들의 불만을 쉽게 잠재울 수 있었다. 고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선 '실탄'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고성장세를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MS의 현금 보유고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실적 공유'를 바라는 주주들의 불만 역시 동반상승했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스키바는 현재 430억 달러 규모인 MS의 현금 보유고가 2003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오는 6월에는 535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05 회계연도에는 8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은 MS가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스키바는 MS의 막대한 현금을 처리할 방법으로 ▲ 자사주 매입 ▲ 추가 인수합병 ▲ 마이크로소프트 캐피털을 통한 대출 ▲ 배당금 지급 등을 꼽았다.
반독점 소송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MS 측은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화답하기로 결정한 것.
코너스 CFO 역시 "지난 1998년 이래 계속돼 왔던 반독점 공방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배당금 지급의) 주요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설명해 이같은 시각에 무게를 실어줬다. 코너스 CFO는 또 "MS 이사회는 지난 수년 동안 배당금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 부시 감세안도 영향 미친 듯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 역시 MS의 이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개인 주식 배당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엔 배당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번에 총 9천948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게 된 빌 게이츠 회장은 감세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엔 총 3천840만 달러의 세금을 절약하게 된다. 빌 게이츠는 현재 소득세율 최고 수준인 38.6%를 적용받고 있다.
3천768만 달러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 스티브 발머 CEO 역시 1천454만 달러 감세 효과를 누리게 된다.
MS가 이번에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는 부시 행정부의 배당세 면제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배당세가 면제될 경우엔 주주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
MS의 이번 조치는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경쟁업체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4억8천만 달러에 이르는 현금과 단기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라클은 MS의 배당금 지급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라클 측은 "부시 대통령 감세안의 의회 처리과정을 지켜본 뒤 배당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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