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링크 데이터의 세계는 지금은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향후 엄청난 시장으로 커져 나갈 수 있습니다."
홍순만 사이람 사장은 "노드(node) 데이터와 링크(link) 데이터로 바라본 세계는 같은 사회 현상을 규명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세계다. 링크 데이터 분석은 신대륙 발견이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이람(대표 김기훈·홍순만)은 기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업체들이 다뤘던 노드(node) 데이터가 아닌 링크(link) 데이터 분석을 상용화한 첫번째 회사다.
창업주이자 공동대표인 사이람 김기훈 사장이 복잡계 경제학 이론을 프로그래밍해 '넷마이너'라는 소셜네트워크분석 솔루션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출신인 홍순만 사장은 김기훈 사장이 번역한 '링크'라는 책을 읽고 그를 찾아갔고 지난 2011년 사이람에 합류했다.
사이람은 기존 분석업체들과 데이터에 접근하는 출발점이 아예 다르다. 사이람의 분석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분석 프로그램의 밑바탕이 되는 로데이터(raw data)를 사용하지 않는다. 방대한 로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고가의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필수조건처럼 인식되는 스토리지·엔진·데이터웨어하우스가 사이람의 솔루션을 구동하는데는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
사이람이라는 사명이 사람 사이의 약자인 순우리말에서 따왔듯이 사이람이 주목하는 것은 '관계'다.
사이람 솔루션의 근간에는 30~40년간 축적된 사회학·경제학 이론이 자리잡고 있고 이 이론들은 '사회적 관계는 필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로 수렴한다'는 사이람 알고리즘의 대전제를 뒷받침한다.
사이람의 분석 솔루션은 물건을 사고 파는 관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로그, 사내 정보게시판, 주식거래 등 A와 B를 연결시키는 모든 종류의 링크 데이터를 파악해 쏠림 현상을 잡아낸다.
당연히 링크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국내외 130여개 대학에서 사이람의 '넷마이너'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삼성생명 등 금융기관, 일부 국가의 국가정보원, 인터넷서점 등에 이미 사이람 솔루션이 공급됐다. 기업 인사관리 시스템, 제조업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 등 링크데이터와 관련해선 아직 미개척지가 더 많다.
홍순만 사장은 "노드 개념으로 했던 분석을 링크 중심으로 바꾸면 데이터 메모리가 (노드 데이터 분석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링크데이터 분석에선 쏠림을 유발하는 핵심 영역이 나타나고, 군집이 있으면 이를 연결하는 연결자가 누구인지, 이쪽 군집과 저쪽 군집을 연결하는 마당발은 누구인지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분석을 통해) 중심자, 연결자, 매개자 등 빅마우스만 골라서 타깃 마케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공급망 관리라면 쏠림 현상을 해소해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이람 송슬기 응용컨설팅팀 팀장은 "소셜 추천 분야 등에 링크데이터 분석을 가장 먼저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는 영화나 책을 추천할 때 구매자가 기존에 샀던 책 저자의 다른 책을 추천하거나 같은 카테고리 내 책을 추천했다면, 링크데이터 분석은 독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영화·여행·문화 등으로 응집된 그룹을 만들어내고 이들 그룹에서 선호하는 책을 추천해 정확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사이람 또한 교보문고에서 자체 솔루션을 돌려 알고리즘을 검증했다.
홍순만 사장은 "개인데이터를 집어넣어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 사람들과 그룹으로 묶이게 됐는데 이후 이 네트워크가 뽑아낸 추천도서 목록을 받아보니 신기하게도 최근 몇 년간 내가 산 책들이 죽 정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방식을 오바마 캠페인이 이미 2008년 미국 대선 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의 소득·성별·학력·주거지·지지정당 등의 정보로 프로파일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유권자가 좋아하는 다른 정치인은 누구인지, 관심을 갖는 사회 이슈는 무엇인지, 주로 쓰는 미디어는 무엇인지 등 사람과 콘텐츠간 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송슬기 팀장은 "기존 분석법과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네트워크 관점의 유무"라며 "링크데이터 분석은 사람들이 서로 묶여 있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집의 성향을 살아있는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고 '오바마를 지지하는 사람은 어떤 연예인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AS와 한판 붙는 시기 올 것…시스코 손잡고 해외로"
사이람의 링크 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빅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른 현재 IT시장의 지형을 아예 바꿔놓을 수도 있는 패러다임이다. 기존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데이터를 무용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가까운 시점에 SAS와 한판 싸움을 벌이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미 기존 DB나 분석 방법을 포기하고 링크 관점의 위기관리 경영을 도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링크데이터 분석은 복잡한 위상수학을 기반으로 점과 선에 의해 나타나는 정보를 분석한다. 스칼라 수학과 벡터 수학처럼 기존 BI와 링크데이터 분석은 영역이 다르다. 기존 통계를 잘 다루면 잘 다룰수록 이쪽 세계로 들어오기 어렵다. 생각을 깨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람의 우선과제는 기업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 이를 위해 사이람은 시스코와 본사 차원에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시스코시스템즈의 빅데이터 지원 플랫폼 아키텍처(CPA)와 시스템 분석 및 설계 서비스에 사이람의 엔터프라이즈용 분석엔진인 '넷매트리카'를 통합해 선보일 예정이다.
홍순만 사장은 "그동안 사이람은 우리를 찾아오는 고객에만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시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까지 마케팅·영업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거대한 새로운 세계를 비즈니스로 갖고 오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가 사이람의 숙제고, 이 숙제를 시스코와 같이 풀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사장은 "첨단지식산업이 다 미국·영국 등에 가 있는데 우리는 링크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비즈니스는 한국이 본류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 연봉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도 신학문이라는 이유로 사이람에서 일하는 20여명의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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