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와 사용자의 PDA폰 벨소리 '숨바꼭질'

SK텔레콤과 사용자가 PDA폰 벨소리 사용법을 놓고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이 놀이의 규칙은 사업자가 숨기면 사용자가 찾아 내는 것.

숨기는 입장인 SK텔레콤은 전용 PDA폰 '포즈' 등의 사용자가 자신의 단말에 넣어 둔 MP3 음악파일을 벨소리로 쓸 수 없도록 막아 두고 있다.

공장 출하 때부터 들어 있는 7종의 소리 외에 새로운 벨소리를 원하는 사용자는 SK텔레콤의 PDA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에 접속한 뒤, 'pkg' 확장자의 벨소리 음악 파일만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케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기법이 처음부터 적용됐던 것은 아니다.

초도 물량으로 풀린 포즈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원음 자체인 MP3 음악파일 등을 벨소리로 활용하는 게 가능했다. 멀티미디어 파일의 재생을 지원하는 PDA 폰으로서는 벨소리 지원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최근 MP3 음악파일의 벨소리 사용법을 막은 것은 현재는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벤트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내년 1월 1일부터는 유료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MP3 음악파일을 싱크(PC와 PDA의 데이터전송 기능) 기능을 이용해 간편하게 PDA폰의 벨소리로 써버리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의 사업성을 사실상 상실한다. 그런 계산 때문에 일종의 '꼼수'를 쓰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거대 기업인 SK텔레콤도 이번 만큼은 '꼼수'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포즈 사용자들은 MP3 음악파일을 벨소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서로 그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찾아 낸 방법은 이렇다. 우선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포즈 동호회에 가입한다. 이어 해당 자료실에서, MP3 음악파일의 벨소리 활용이 가능했던 초창기의 포즈용 폰 버전 프로그램을 찾아 낸다. 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뒤 자신의 PDA 폰 프로그램과 교체한다.

실제로 다음 카페의 포즈 동호회(cafe.daum.net/pozer)에는 MP3 음악파일의 벨소리 활용법을 묻고 가르쳐 주는 게시물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초기 폰 버전에는 약간의 버그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 방법에는 약간의 불편함도 따른다는 게 사용자들의 경험담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용자들이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하고, MP3 음악파일의 벨소리 활용법을 찾고 있는 이유는 PDA 폰의 특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이 강점인 PDA 폰을 비싼 값을 치루고 산 뒤 정작 이동전화 사업자의 수익 사업을 위해 그 기능 중 일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이 방식을 쓰는 한 사용자는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가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PDA폰 사용자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PDA 폰의 경우 휴대폰과 달리 음악감상이 기본 기능 중 하나"라며 "구조적으로 충분히 벨소리로도 활용할 수 있는 데 사업자가 눈앞의 수익만을 위해 임의적으로 활용 자체를 막는 것은 사용자의 권리를 막은 거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가 PDA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고 싶다면 휴대폰에서의 발상을 답습하는 것보다는 PDA폰의 특성에 걸맞는 실시간류의 서비스 등 더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하튼 SK텔레콤으로서는 PDA 폰 벨소리 유료화를 추진하면서,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난제에 봉착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이 또 다른 숨바꼭질을 선택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