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제기된 공기업의 효율성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영화 계획과 함께 시작된 KT민영화가 민영화 필요성 제기 15년 만에 완전민영화까지 4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6월말까지 현재 정부보유지분 28.3%를 국내에서 완전 매각함으로 인해 KT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 민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5년간의 공기업 민영화 과정은 해당 공기업이 속한 산업의 구조 변화와 IMF구조자금 조달, IMF졸업 등 국가적 경제상황 변화와 함께 민영화의 필요성은 물론 방식의 수정과 변화를 동반했다.
KT민영화 역시 민영화 이후 소유와 경영구조, 통신산업에서의 공정경쟁 등을 위한 많은 논리변화를 겪어 왔다.
최근에는 철도, 발전산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민영화의 필요성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독 KT민영화는 두드러진 반대논리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달라진 제반의 화두들이 재점검되지 않은채 그냥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KT민영화는 변화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재점검하고 이에 부응하기보다는 2002년 6월로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주식매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따라서 inews24는 KT의 완전 민영화 4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KT민영화가 초기에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민영화 이후 국내통신산업에 미칠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마련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 나침반을 다시 봐야한다
KT의 지난해 매출총액은 11조5천199억원이었다.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규모가 32조원이었으니 매출액으로 보면 KT는 단일기업으로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KT의 올해 투자계획은 총 3조100억원이다. 유·무선을 총괄한 통신사업자들의 올해 총 투자규모가 8조6천억원이니 KT의 투자규모는 국내 통신사업자 전체 투자액수의 35%를 차지한다.
KT가 국내 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단순히 1위사업자, 최대사업자의 수준이 아니다.
과거 체신부의 전화사업 담당부서에서 기업으로 전환된 지난 81년 이후 KT는 서비스와 장비산업 및 인력구조에서 사실상 국내 통신산업은 물론, 정책을 좌우하는 '핵'의 역할을 해왔다.
KT는 '핵'의 역할 뿐 아니라 공익적 서비스 제공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후발사업자 육성의 책임도 수행해왔다. 한국 통신산업의 '어머니'역할을 한 셈이다. 정부의 통신서비스 시장 관련 규제가 주로 KT에 집중되는 이유도 이 같은 책임 때문이다.
KT의 이 같은 위상을 감안할 때 KT의 민영화는 단지 소유권의 민간이양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타 공기업과 분명 다른 측면을 갖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매 단계별로 신중한 접근과 점검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 수단에서 전술적 목표로 바뀌었다
A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위한 수단으로 제기됐던 민영화가 IMF를 거치면서 국가재정 확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목표로 전환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의 민영화 논란은 IMF이후 목표처럼 알고 진행돼 온 민영화를 다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원래의 목표인 경영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화는 말 그대로 민간이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을 민간이 담당하게 될 경우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국가 경영체제의 비효율을 덜어내고 경쟁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게 일반적인 민영화의 목적이다.
당초 KT민영화 역시 국내 공기업 체재의 비효율성과 도덕적 해이를 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민영화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초기인 지난 94년과 95년 서울대경제연구소의 KT의 경영진단은 "KT의 완전민영화를 통해 통신산업에 대한 경쟁환경을 구축, 경쟁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신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KT의 특성을 감안, 민영화 이후의 KT경영 구조와 통신서비스 시장 공정경쟁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을 당부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인의 KT 주식 대량 매입을 방지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경영구조 마련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당초 민영화의 목적과 민영화 과정에서의 안전장치들은 97년말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대부분 희석됐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MF이후 국가경제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우수 공기업을 국내·외에 매각, 외화확보는 물론 증시를 통한 국가재정 확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책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T역시 민영화 대상 1순위 공기업으로 꼽히면서 당초 경영진단 당시 법에 의해 3%로 한정했던 동일인지분한도로 15%까지 확대한데다 외국인지분 역시 일반적인 기간통신사업자와 마찬가지로 49%까지 확대해 놓은 상태다.
◆일정에 목맬 필요 있나
94~95년 당시의 KT 민영화 논리와 2002년 3월 현재의 모습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다.
94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KT민영화를 두고 정부는 전문경영인 제도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했으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같은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 것은 지난해 2월 정부보유 KT주식 14.7%(5천97만2천225주) 국내 매각이 주요 대기업의 불참으로 사실상 실패한 이후라고 통신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소유·경영의 분리와 특정재벌의 KT 독점소유를 막기 위해 ▲민영화 이후에도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14.7%매각 물량 가운데 동일인 5%이상 매입 금지 조건을 붙여 국내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에 반대하는 대기업들이 주식매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1.1%의 매각에 그쳐 사실상 국내 매각 계획자체가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 매각 실패 이후 지난해 3월 정통부는 공청회를 거쳐 ▲정부주식 완전 매각 이후 시장자율에 따른 소유자의 경영권 허용 ▲동일인지분 한도 15% 범위에서 주식매입 허용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KT가 정부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해 해외전환사채 방식으로 해외에 주식을 매각, 국내에서 동일인지분한도 15%를 채운 이후에도 우호지분 확보 등을 통해 KT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주식매입이 더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민영화 이후 소유와 경영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완전히 풀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월 국내매각 실패 이후 소유구조 관련 안전장치를 풀지 않고는 2002년 6월 완전민영화라는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사실상 KT민영화의 당초 원칙들은 대부분 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장치 해제는 향후 국내 통신산업에 막대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청회에서도 미국 컨설팅회사 A.T.커니의 정인철 부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보편적 서비스 제공, 통신의 국적성 확보 등을 반드시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유구조가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경우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한국통신 소유구조가 결정돼야 한다"며 "시가 총액 2위인 한국통신을 인수할 경우 경제력 집중뿐 아니라 해당 기업 성패에 따라 한국경제 성패가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KT가 국내 통신산업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감안, KT를 소유한 특정기업의 경영 판단 여부에 따라 통신산업 전체의 성패를 맡겨야 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제기는 6월 민영화 일정 완료를 채 4개월 앞둔 시점에서도 심도있게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나침반을 다시 본 후에 가자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시험을 앞둔 며칠 전에는 그동안 공부해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종합점검을 통해 부족한 부분과 최근의 시험출제상황을 점검하라는 충고를 한다.
마지막까지 자기만의 공부에 매몰돼 있다보면 출제경향과는 엇갈린 부분에만 매달릴 수도 있고 부족한 공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험에 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T민영화 완료 시점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KT는 28.3%의 정부보유 지분 국내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 작업 마무리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정부와 KT가 모두 다시 한번 민영화의 나침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목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특히 철도와 통신 등 네트워크 산업에 대해서는 민영화만이 대세는 아니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데다 IMF이후 변화된 경제 환경도 감안해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에 설정한 민영화의 목적이 무엇인지 재확인하고 현재의 민영화 방식이 장기적으로 국내 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합리적 대안인지를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목표일정에만 매달리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 KT는 그만한 잠재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KT민영화 추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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