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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더 멀리, IT생태계를 살리자-하]IT생태계, 혼자는 못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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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 강호성기자]

# 2009년 11월28일.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잠실체육관 앞은 길게 늘어진 인파로 말 그대로 장사진을 이뤘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 속 길게는 20시간이나 이어지는 기다림에도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이폰 상륙. 애플 쇼크의 시작이었다.

# 2010년 2월24일. 도요타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2008년 미국의 자존심 GM을 넘어서며 세계 자동차 1위에 등극했던 도요타. 그 질주에 제동을 건 대규모 리콜사태의 시작은 작은 부품불량에서 비롯됐다.

애플 아이폰 상륙과 도요타의 리콜사태가 국내에 던진 충격파는 적잖았다. 심각한 위기론과 함께 SW, 콘텐츠 육성과 함께 현재의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플라이 체인 등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에 민관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1년. 실제 애플 쇼크 이후 관계부처의 각종 육성방안이 쏟아져 나왔고, 애플, 구글을 필두로 한 산업패러다임의 재편에 맞선 기업들의 콘텐츠와 SW는 물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 및 노력도 본격화 됐다.

최근에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정부의 민생, 중소기업 육성 의지 등과 맞물려 동반성장의 정책적 의지로 결집되는 모양새다.

◆플랫폼·부품이 서비스·세트 경쟁력을 좌우

최근 1년 정부와 산업계는 애플과 개발자가 만들어낸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 산업의 융․복합화가 가속화 되면서 단일 기업 혼자 모든 것을 하기 어려운 시대임을 절감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스스로의 능력만이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 능력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사슬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파인(C. Fine) 미국 MIT대 교수는 "기업의 진정한 핵심능력은 소재·부품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로 연결된 공급사슬을 설계·관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립·가공산업에서 부품의 경쟁력이 완성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 양상이 단일 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간의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정부와 기업의 전략에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대중소 동반성장, SW와 콘텐츠 까지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 조성은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국가 차원의 일자리창출과 지속적인 성장동력 마련의 필수 요인이라는 공감대는 마련됐다.

이같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삼각축'이 함께 이뤄내야할 과제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실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기업 '상생'은 시혜 아닌 '협공' 전략

최근 일본 대지진 사태에서 볼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계 IT 산업의 비상등이 켜졌다.

"97%의 부품으로는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 킴힐 이코노미스트의 경고다. 플랫폼(SW)과 부품이 서비스와 세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LCD나 휴대폰, TV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은 '시혜'가 아닌 부품에서 세트로 이어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다지기위한 대중소기업간 전략적 '협공' 이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의 현금결제 확대 등 동반성장 방안은 물론 통신업체들의 앱생태계 구축 등도 본격화 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금결제 및 사급제 확대, 협력사 지원펀드 조성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시행중이다. 양사는 2004년과 지난해 100% 현금결제를 시행한데 이어 올해부터 양사 1차 하도급업체도 60일이상 어음을 퇴출시키고 2013년 100% 현금성 결제를 시행키로 했다.

그동안 전자 대기업은 1차 하도급업체에 100% 현금성 결제를 시행한 반면, 1차 하도급업체의 2차업체에 대한 현금결제는 절반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 LG전자 1차 하도급업체 1천여개사가 참여로 약 5조6천억원 규모의 어음이 현금성 결제로 전환, 2차 하도급 업체 2천600여개사가 수혜를 입게 된다.

또 급등하는 원자재값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위해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도 확대하고 있다.

이외 삼성전자는 최대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를 조성, 2·3차 협력사까지 대상을 확대키로 했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무보증·무회수 R&D 협력 펀드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오는 2013년까지 AMOLED 부품·소재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LG도 연간 2천500억원 규모의 'LG 상생협력펀드'를 신설, LCD 및 LED 장비, 배터리 소재 등에서 협력회사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 LCD생산라인 장비 국산화율을 현재(8세대) 60%대에서 차기 생산라인 건설시 80%대로 확대키로 했다.

중기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사이버 신문고(삼성)'나 '상생고(LG)' 설치운영도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상생 노력의 실질적 실행을 위해 경영진이 직접 협력사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상생 현장경영'도 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실행'을 강조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최지성 대표를 비롯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 8개 사업부장들이 직접 2개월에 한번씩 협력사 현장을 방문, 애로사항 청취 및 해결에 나서고 있다. 1~ 3차 협력사와 함께모여 제품 개발방향, 시장 상황 등을 공유하고 협력사 현안을 즉시 해결 해주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도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 2월 경남 창원시 소재 협력사를 직접 찾은데 이어 HE사업본부 등 각본부장이 협력사 현장을 챙기고 있다. 경영진이 직접 동반성장의 실행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통신사들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자사의 서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과 이용자를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로 묶는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이다. 내 몫을 빼서 남에게 주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묘수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KT는 아이폰을 출시하며 개방형 모바일 개발자 지원정책 '에코노베이션(Econovation)'을 내놓고 글로벌 수준의 앱 개발자 3천명 양성에 나서는 등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아울러 이통사 앱 독점 정책을 폐지해 KT의 직·간접 투자로 만들어진 앱에 대해서도 타사 앱스토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개방정책을 세웠다. 올해는 1인 창조기업 활성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서울 목동에 콘텐츠 제작과 편집이 가능한 개인편집실, 종합편집실 및 부조종실, 녹음실 등을 갖춘 '올레 미디어 스튜디오' 를 만들었다. 일반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풀(Full) HD 방송설비를 일반 제작센터 대비 70~80% 수준으로 임대, 중소 PP는 물론 외주제작사, 대학, 지자체 등에서 영상제작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확장성'과 '개방성'이라고 보고, 우수한 콘텐츠 개발 능력을 보유한 외부 개발자들과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의 모든 핵심 서비스의 API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LBS(T맵/위치측위), 문자메시지(SMS/MMS) 등 기반기술을 시작으로 핵심 기술을 외부 개발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활성화시켜 구글맵, 아이튠즈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생혁신센터(OIC+T아카데미+ MD테스트센터)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진 개발자들에게 사무공간 및 최대 5천만원까지의 창업자금은 물론 세무·회계·법률 등의 경영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SK텔레콤 홍성철 서비스부문장은 "API 개방은 핵심 부가서비스가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발전할 수 있도록 확장되는 계기"라며 "콘텐츠 유통, SNS,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의 API를 외부에 제공해 글로벌 서비스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API 개방과 함께 앱 광고 플랫폼 공유를 통한 수익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앱 개발사들이 자신의 앱에 LG유플러스의 광고 플랫폼을 붙여 해당 광고에 대한 수익을 나누는 모델이다. 광고수익의 약 90%를 애플리케이션 기획/개발사등에게 배분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개인, 중소규모 IT 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태블릿PC, IPTV, 디지털 사이니지 등의 다양한 채널 및 SNS, AR(증강현실), QR(모바일 바코드) 등 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수용하는 확장성도 가지고 있다.

이외 매년 150억원 규모의 '탈통신 투자 펀드'를 조성, 국내외 새롭고 유망한 기술 및 기업 발굴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협력관계에 있는 콘텐츠 공급 업체들이 단말기, 서비스, 콘텐츠 구현 등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했다.

◆중기'경쟁력'- 정부 '지원' 삼각축 이뤄야

"중소기업도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등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원자재값 급등에 따라 대기업에 납품단가 현실화 등을 주문하면서 중소기업에 당부한 내용이다.

중소기업도 동반성장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쟁력 제고와 경영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은 필수다.

지경부 관계자는 "역량을 갖춘 파트너로서 중소 협력사도 자기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원가․생산성 혁신과 품질, 납기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통한 거래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는 물론 대기업과 1차 협력사간 거래질서 개선이 2·3차 협력사로 파급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문화 정착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26%에 불과하다. 더욱이 전체 중소기업 중 R&D 투자를 하는 기업은 30%를 밑돌고 있다.

어려운 경쟁환경 속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R&D를 투자가 아닌 비용이라는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를 지원해야할 정부의 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 정부·공공기관의 중소기업 R&D비중은 지난 2005년 12.4%에서 최근에는 10%를 밑도는 등 계속 하락 추세다.

지난해 정부 R&D 예산 13조7천억원 중 중소기업청이 사용한 정부 R&D 예산은 7천120억원에 불과했다. 다행히 올해 관련 R&D 예산은 12% 증액됐지만, 올해 정부 예산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 육성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다 강력한 정책적 의지도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10월 NIPA가 국내 중소 모바일 78개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국내 중소 모바일 업체 실태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서 참여한 중소업체 78%는 급격한 모바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제품을 개발의 필요성을 꼽으면서도 애로사항으로 과다한 R&D비용 지불(20%), 판로개척의 어려움(17%)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아울러 대․중소협력을 위한 정책방향으로는 공정거래기반 확립(52%)과 함께 R&D참여 확대(41%)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시급한 세부 정책지원 사항 역시 ▲R&D정부지원확대 ▲산업원천 R&D 참여확대▲기업 및 정부간 소통채널마련▲자율적 납품단가 조정 순이었다.

공정거래 기반 확립은 최근 정부가 시장의 공정한 룰 조성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등에 적극 나서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

실제 최근 정부는 삼성, LG 등 15대 대표 대기업과 ▲납품단가 조정체계 구축 ▲자의적 납품대금 감액 및 구두발주 방지 ▲2차 이하 협력사로 하도급법 적용 확대 ▲중소기업 기술보호 강화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 집행 강화 등 중점 과제 추진에 뜻을 모았다.

동반성장 지수 등을 통해 대기업의 실행을 담보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동반성장 방안이나 노력등은 이같은 정부차원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 기반 마련의 의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더해 정부차원의 중기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및 우수 인력 양성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진형 KAIST 교수(앱센터지원본부장)는"기업은 성과를 내고 정부는 인력양성, R&D 등에 장기적으로 투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 R&D가 성과관리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략 프로젝트 외의 것에 대한 예산은 많게는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제도개선 등에만 집중할 경우 최근의 초과이이익공유제 논란과 같이 자칫하면 기업 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줌으로써 오히려 실행의지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정부의 대·중소기업간 거래질서 공정화를 위한 중점 방안에 대체적으로 합의하면서도 자칫 과도할 경우 경영간섭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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