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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더 멀리, IT생태계를 살리자-상]왜 생태계 회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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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더 멀리, IT 생태계를 살리자>

요즘 '동반성장'이 화두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자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내 몫을 빼앗아 간다'고 여깁니다. 중소기업은 '정당한 몫조차 뺏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성장'이란 말이 갖게 된 정치적 인화성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이 뒤로 밀려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들게 합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마치 환경을 살리는 것처럼, 기업생태계도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아이뉴스24는 창간기획 [같이 가면 더 멀리, IT생태계를 살리자]를 연재합니다. 아이뉴스24는 뺄셈(-)의 논리보다는 덧셈(+)의 철학으로 IT생태계 회복이라는 아젠다를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큰나무와 작은나무가 보기좋게 어울려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한국의 IT생태계를 대망합니다. [편집자 주]

건강한 IT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발판이 생태계 구축에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산업의 생태계가 제자리를 잡을 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활개를 펴고, 상태계의 울타리 안에서 수많은 새 일자리가 생겨 산업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은 제로섬?...멀기만 한 현실

전문가들은 갑과 을의 관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기업(SW) A사는 지난해 B 정부부처에 20만개 가량에 해당하는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해당부처에서 받은 대가는 9억원에 불과했다. A사는 해당부처 관계자로부터 "예산이 그것밖에 책정되지 않았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 정상거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이 회사는 대형 그룹 계열 C사에서도 똑같은 일을 당했지만, '울며겨자먹기'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벤처기업의 D씨는 최근 "우리회사와 주위의 실력있는 회사들의 개발자들을 대기업이 싹 쓸어갔다"며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으면 협력하기 보다 그냥 인재들을 먹어치운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중소기업 27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8곳(81.0%)이 대기업에 의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납품단가의 독단적 결정(62.3%), 일방적 계약파기 등 전횡(38.8%), 담당자간 청탁 및 접대요구(30.8%), 사업영역 침해 및 시장 침범(30.4%) 등의 순이었다.

더욱이 대기업과 상생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48.7%에 달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27.5%에 그쳤다. 또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묻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한 업체가 전체의 47.5%나 됐다.

◆동반성장 의지는 있지만…

현 정권의 고민은 소득 4만달러 목표 달성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18일 구로디지털단지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분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비현실적 SW 대가기준, 전자어음 배서 수수료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것도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인력 빼가기 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 이전에 기업의 행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대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식전환을 유도해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 역시 생태계 구축이 동반성장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 접근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는 SW 강국도약을 전략의 하나로 'SW생태계 재편'을 보고한 바 있다.

이날 보고는 SW 산업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내용에는 갑·을 관계인 대·중소 거래구조를 협력과 경쟁을 통한 갑·갑 관계로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한 이동통신사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인터넷 망 개방 등의 법제도 개선 방안과 함께 생태계 재편이 보고됐지만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SW 생태계 재편에 투자하지만, 올해 2천142억원 가량의 SW 산업 지원금 가운데 생태계 조성에 투입되는 예산은 23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261억원에 비해 10% 예산이 줄어든 꼴이다.

◆아이폰에서 확인한 동반성장의 열쇠

전문가들은 상륙 1년여 만에 국내 IT 산업의 지각을 흔들어 놓은 애플 아이폰과 그 생태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9년 말 국내 시장에 들어온 아이폰은 1년 4개월 동안 200만대 가량이 판매되며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일대 혁명을 이끌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아이폰 앱이 1만개 안팎으로 늘어났고, 중소 개발회사들도 1천개에 달하는 등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이폰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IT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중심의 생태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들은 더 나은 이윤을 내는 조건이나 적기 출시 경쟁을 벌여왔을 뿐이다. 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얘기하면 일부에서는 '한가한 생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기 방통위원장에 취임한 한 참 뒤까지도 아이폰과 그 파급력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통신정책 책임자로서 스마트폰 시대 대비에 늦은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특히 애플 아이폰의 힘은 아이폰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가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폭발력에 있다. 애플의 생태계가 전세계 IT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SW 개발사 관계자는 "애플만의 폐쇄적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앱 개발사를 수평적 관계로 대우하고, 개발자가 성장해야 애플도 성장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통신사 눈치와 줄서기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던 국내 상황과 비교하면 발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모여들고, 이용자들은 얼마든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차원에서 본다면 애플과 수백만의 개발자들이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 안에서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 구축, 시작은 늦었지만…

국내 시장에 던져준 애플의 충격은 컸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T스토어는 이같은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T 스토어는 오픈 1년 3개월 만에 누적 다운 1억 건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다운건수 100만건, 유료 앱 매출 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총 가입자 수는 약 500만명을 넘었고, 가입자의 25%가 하루 한번 이상 T스토어를 방문한다.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10개 이상의 앱을 내려받고 등록 콘텐츠 수는 7만6천건을 돌파했다.

애플 앱스토어로 인해 촉발된 커뮤니티 싸움에 국내 기업들도 하나둘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앱개발과 이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KT는 최근 유선전화망에 대해서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 개발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나서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되면 창의적인 개발자들이 집전화로만 이용할 수 있던 유선전화서비스를 일반PC나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이제 창의적인 1인 기업에서부터 소규모 개발사,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SW 분야 뿐만 아니라 IT분야 전반에 걸쳐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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