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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박희태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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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으로부터 외면…'이러지도 저러지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궁지에 내몰렸다.

10월 재보선 경남 양산 출마 의지를 굳히고, 친박 지원을 받아 원내 입성을 기대했던 박 대표였다. 하지만 철썩같이 믿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10월 재보선 지원이 사실상 무산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11일 강원도 강릉 재선거 출마에 나선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선거와 관련해 제가 여태까지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박희태 대표 선거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강원도 총책과 직능총괄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았던 심 전 의원의 개소식에서 박 전 대표가 이같이 언급한 것은 '내 사람만 챙기겠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진다.

박 전 대표가 '박희태 선거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 날인 11일 박 대표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양산 출마를 결심했다"고 의지를 전했고, 이 대통령은 "잘 알았다"며 "당에서 잘 상의해서 잘 해달라"고 답했다.

경남 양산은 박 대표 뿐 아니라 김양수 전 국회비서실장과 친박계 유재명 전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송인배 전 청와대 시민사회조정비서관 등 친노인사들이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남 양산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다. 친박계의 유재명 전 연구원이 지난 18대 총선 때 친박 무소속 후보로 나와 30%가 넘는 득표율을 보여 박희태 대표로선 친박 진영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

박 대표가 그간 친박 복당, 당협위원장 임명 등 친박계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희태 대표로선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불가' 입장 표명으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경남 양산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지원마저 끊기면 현 재로선 박 대표의 당선 가능성도 낮은 상황. 게다가 이미 이 대통령 앞에서 출마를 공식화한 마당에 이를 되돌릴수마저 없다.

또한 양산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만큼 당내 친이 주류측의 '박희태 대표직 사퇴' 주장이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당장 당 대표도 그만 둘수 없는 처지다.

친박계에서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채 출마하기를 원하고 있다. 대표직은 내놓을 경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계 복귀할 틈을 마련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친이 주류측에서는 연일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갖고 출마할 경우 이명박 정부와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12일에도 한 라디오에 출연, "당 대표직을 갖고 출마하게 되면 민주당이 들고 나올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론'에 대한 논거를 더 강화시켜줄 우려가 있고 또 굉장히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들이 보편적"이라고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도 "박 대표가 서운할지 모르지만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당내의 공식적인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아야 된다"며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여론조사나 주변의 지역 실사, 공천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평가 등을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천 원칙을 강조했다.

이처럼 박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강하게 요구받고 있고 공천을 받는 것도 불확실한 상황. 여기에 박 전 대표도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박 대표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처지인 것.

이 때문인지 박 대표는 당장 대표직을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과감하고 의연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지금은 좀 정지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가 아직 두달 반이나 남았다. 아직 (출마를)공식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는가"라며 "아직 양산을 가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당장 대표직을 사퇴할 뜻은 없으며, 여론 동향 등 전반적인 분위기를 봐가며 적절한 시점에 대표직을 그만 두고 출마할 의향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대표가 스스로 곤혹스런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박 대표가 지금 친박측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도 아니면서, 친이계 요구처럼 대표직을 빨리 물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공천도 어떻게 될지 모른 상황"이라고 박 대표의 애매한 태도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박 대표가 애매한 행동을 계속 보일 경우)당내 소장파에서는 또 다시 쇄신 얘기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개소식에 참석해 사실상 '박희태 선거지원' 불가 의향을 시사한 것을 거론하며 "결국 그곳에서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 것은 측근정치만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계파 보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이러면 이럴수록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훼손된 원칙론'에 이어 또 다른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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