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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호황 끝나나… 반도체 '시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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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연속급락… 8월말~9월 수요회복 여부 관건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제품가격 하락으로 동시에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장의 공급부족으로 대규모 이익을 남기며 호황을 맞았던 액정표시장치(LCD)는 최근 연속된 가격 급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 가격도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곡선을 그리며, 업계가 불황을 탈출하는데 있어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LCD 호황은 내년까지 지속해 공급 물량이 대거 늘어나는 오는 2010년경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세계 소비경기 침체와 함께 실제 산업흐름은 업계의 기대와 어긋나는 모습이다.

◆IT용 LCD값 급락에 TV용도 '주르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LCD 가격은 양호한 흐름을 타는 듯 했다. 비수기 속에서도 TV용 LCD 가격의 하락폭이 미미했고, 노트북·모니터용 IT 패널은 2분기들이 가격이 반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2분기 말 시장에선 이미 수요업체들 사이 재고가 쌓이면서, 일부 LCD 제조사들이 가격을 대거 낮춰 '밀어내기'식 영업에 나서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LCD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모니터용 61㎝(19인치) 와이드 LCD(WXGA+)의 지난 5월 고점 대비 8월 현재 가격 하락률은 27.6%에 이른다. 이 제품 가격은 8월 초 100달러가 순식간에 무너져 92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39㎝(15.4인치) 노트북용 LCD(WXGA) 가격은 지난 5월 100달러를 회복했다가 현재 82달러까지 18%가 떨어졌다. TV용 81㎝(32인치) LCD(WXGA) 가격은 전년 말 대비 지난 4월 가격 하락률이 1.5%에 그쳤다. 그러나 4월 말 대비 8월 현재 가격하락률은 15.9%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LCD '가격쇼크'에 PDP도 '직격탄'

삼성전자 LCD총괄사업부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조원대 이익을 창출했다. LG디스플레이(LGD)도 2분기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 가격흐름대로라면 LCD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은 3분기 수천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CD 가격침체는 곧바로 경쟁관계에 있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PDP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시장에선 LCD와 비슷한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판 TV 업계 고위관계자는 "요즘 PDP 가격은 사는 쪽에서 부르는 대로 정해질 만큼, 올해 초와 비교해 적잖이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SDI, LG전자 등은 2분기 PDP 부문에서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채 LCD 경기의 후퇴를 따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D램 다시 급락…낸드는 끝없이 추락

지난 2분기 오름세를 탔던 D램 가격은 하락 압박을 견디지 못한 채 8월 들어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4월초 일시적으로 올랐을 뿐, 전반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요제품 1기가비트(Gb) 667메가헤르츠(MHz) DDR2 제품 가격은 지난 3~7월 하락 없이 30.9%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세계 D램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지속했다. 올해 초까지 폭락했던 D램 가격이 7월 말 2.37달러로, 업계 평균 제조원가인 2.5달러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8월 들어 1Gb DDR2 D램 가격은 7월 말 대비 5.1%가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주요제품 16Gb 멀티 레벨 셀(MLC) 가격은 지난 4월 미미한 반등을 보였다가 또 다시 연속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17.64달러에 이르렀던 16Gb MLC 가격은 8월 현재 3.24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플래시카드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가격이 작년보다 50% 이상 저렴해져 즐겁지만,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은 역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8~9월이 관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8월 말~9월 새학기 효과와 함께 하반기 수요가 되살아나길 바라고 있지만, 악재가 많은 상황이다.

LCD 업계에선 대만업체들에 이어 국내 LGD까지 감산에 돌입했지만, 가격 급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노트북·모니터 제조사들이 상반기 말 재고를 대거 확보해둔 가운데, 추가로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IT 패널의 수급 악화는 TV용 패널의 물량 확대 등으로 악영향이 전이되고 있다.

권영수 LGD 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후 간담회에서 "3분기 중반 소비경기 회복과 함께 LCD 가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산업침체가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8세대 1-2라인이 가동에 들어가고, 내년 초부터 LGD의 첫 번째 8세대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등 업계의 대형 LCD 새 라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게 커다란 우려사항 중 하나다. 상황에 따라선 한국과 대만, 일본 업체들의 신규라인 가동이 연기되는 등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의 김성인 연구원은 "3~4분기 IT 및 TV용 LCD 가격은 중위권 LCD 기업들의 제조원가 수준까지 급락할 전망"이라며 "LCD 패널업체들의 수익성은 3분기부터 급격히 악화돼, 내년 2분기에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이미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인 것.

D램과 낸드플래시도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이 마땅치 않다. 최근 가격급락이 보여주듯 2분기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보였던 D램은 성수기 진입과 함께 수요업체들이 가격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낸드플래시는 고용량 스마트폰이나 SSD가 아직까지 제한적인 판매를 보이면서, 수요를 이끌만한 주체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공급 면에서도 대만 후발 D램업체들의 생산량 감소가 충분치 않고,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공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당분간 수요와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연초까지만 해도 업계의 감산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내년부터 대대적 호황을 맞을 것으로 기대됐던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내년 중반이 지나야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의 이선태 연구원은 "세계 경기 부진으로 IT 제품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업체들의 공급량 증가세 둔화도 지연되고 있다"며 "D램 가격은 3분기 중반을 고점으로 하락하고, 낸드플래시도 재고 부담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하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 가격이 뚜렷한 반등 없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럭비공'같은 대형 IT 장치산업의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모은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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