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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저작권법 개정안,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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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안'을 둘러싼 파문이 심상치 않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네티즌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고, 인터넷 기업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이 법에 독소조항이 많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미 국회 상임위(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관례로 보면, 발효되는 일만 남았다. 향후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법사위나 본회의가 부결시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

하지만, 이 법안의 경우 본회의 무사통과를 장담하기 일러 보인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인터넷 기업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네티즌까지 나서 '본회의 통과 결사저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힘이 얼마나 결집되느냐에 따라 통과 여부 및 법안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이처럼 파문을 몰고 온 이유는 뭘까?

우선 입법의 철학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저작권과 인터넷 사이에는 어느 정도 갈등 구조가 생겼다. '인터넷 불법복제에 의해 저작권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갈등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저작권자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을 통째로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 갈등구조에 대한 해법은 상생(相生)의 관점에서 찾아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 법은 상생의 관점보다 적대적 관점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은 저작권자에 대해서는 보호돼야만 할 피해자로, 그리고 인터넷 사업자나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가해자로만 인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은, 부분을 전체로 규정하면서 생기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오류가 있다 보니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 또 다른 피해를 낳을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그럼, 이 법이 발효될 경우 우려되는 피해라는 게 무엇인가?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통신의 족쇄'로 기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그 상호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 때문이다.

이 규정은 일단 '불법의 온상'으로 찍힌 P2P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석 여하에 따라 그 제재 대상이 광범위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보인다. P2P 외에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 웹하드 등 파일을 주고받는 인터넷 소통 수단의 대부분이 제재 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또 파일을 게시할 수 있는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도 제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인터넷 구석구석이 기술적 조치로 감시돼야 하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그것은 더 이상 인터넷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또 네티즌은 이 법에 인터넷을 빼앗기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열림과 개방, 광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진 인터넷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족쇄가 놓이는 것이다.

그 곳에서 네티즌은 자유인이 아닌 잠재적인 범죄자로 존재한다.

네티즌 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도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네티즌이 더 이상 인터넷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인터넷 산업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산정하기조차 어렵다. 또 기술적 보호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아직은 분명해 보이지 않은 그 기술적 보호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비용의 크기가 달라지겠지만,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영세 인터넷 사업자한테는 이 것만으로도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비용은 고스란히 네티즌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네티즌으로서는 더 불편하고 안좋은 서비스를 더 비싸게 써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피해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자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지만, 그게 현실이 되면, 그 피해는 지금의 저작권자 피해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

저작권과 인터넷의 복잡한 갈등구조를 적대적 관점이 아니라 상생의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우울한 시나리오 때문이다. 또 이 법안의 경우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부족해보이는 것이다.

이 법안이 파문을 몰고 온 또 다른 이유는 입법의 자세 때문이다.

철학의 문제는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니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법을 만들면서 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법안 내용은 차치하고 법안 발의와 상임위 통과 과정이 반대론자로부터 '규탄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안이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발의하는 의원이나 투표하는 의원이나 충분하고 꼼꼼하게 따져볼 것은 다 따져 봐야했다. 세상에 '섣불러도 괜찮은 일'은 많지 않다. 하물며 국민을 다스릴 법을 만드는데 섣불러서야 될 일인가. 그런데 이 법안의 처리과정은 '섣불렀다'는 인상이 짙다.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공청회 다운 공청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 또한 이 법안이 가지는 파괴력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으니, 이 법안의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충분하게 수렴이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안이 중대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법안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엄청난 논란이 필요한데도,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은 법안을 통과시킨 문광위 상임위 회의에서도 증명됐다.

국민의 대다수가 알고 찬성한다면 서둘러 통과시켜도 태클을 걸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 법안의 경우 엄청난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를 위해 논의한 시간이 고작 5분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더 기가 찰 일은 법안을 통과시킨 상임위 의원 일부가 "충분히 (법안을) 검토하지 못했으니 (통과 결정을) 연기하자"고 했는데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자"며,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기업에 사활이 걸릴 수도 있는 문제인데, 알지 못하면서도 통과시켰고, 자세히 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 날 일이라면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과연 그런 사안인 지, 납득할 수가 없다. 오히려 서두르기보다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토론했어야 할 일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저작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도 재론의 여지가 없는 숙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더 큰 엉뚱한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를 낳게 하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 그래서 모두가 슬기롭게 지혜를 짜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지혜는 상생의 관점을 취할 때 나올 터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더 숙고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하석상대(下石上臺)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괼 때 구조물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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