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200억원의 자기주식 소각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던 HL홀딩스가 기존 자사주 대부분을 공익법인에 무상출연하기로 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적 책무 이행'이라는 명목으로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과거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익법인에 지주사 주식을 출연했다가 되산 것과 동일한 자사주 활용이라는 지적이다.
HL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는 지난 11일 내년까지 총 2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밸류업 계획을 밝혔다.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당일 HL홀딩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76만5533주 중 29만5340주를 지난 13일 소각했다. 동시에 기존 자사주의 61%를 차지하는 47만193주는 사회적 책무 실행 차원에서 향후 설립된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기로 했다. 지난 8일 종가 3만4750원 기준으로 163억3920만원 규모다.
HL홀딩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한다고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론 재단을 통해 최대주주 우호 지분을 늘리는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이번 거래로 늘어난 자사주 의결권을 정몽원 회장을 지지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의 소유권이 재단법인으로 넘어가게 되면 4.6%의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정몽원 회장 입장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는 공익법인을 통해 되살리려고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HL홀딩스는 정몽원 회장(지분율 25.03%)과 친족 지분을 합산한 의결권 지분이 27.32%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5% 이상 주주인 VIP자산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의 합산 지분율은 17.0%로 지분율 차이가 10%포인트 수준에 그친다.
이 같은 취약한 경영권 지분 때문에 HL홀딩스 이사회가 공익법인을 활용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지만, HL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라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DB그룹 공익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은 지난 2022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DB(옛 동부CNI) 주식 864만4280주 전량을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1주당 1030원, 총 89억400만원에 처분했다. 해당 주식은 김 창업회장이 재단에 출연했던 지분을 포함하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이 해당 주식을 김 창업회장에게 처분하면서, 소멸될 수도 있었던 의결권이 부활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