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인수합병(M&A)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시행이 늦춰지면서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이 지속됨에도 금융당국은 팔짱만 낀 채 검토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 합병이나 물적분할 관련해 일반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 구체적인 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금융위의 입장을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M&A 제도개선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증발공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3분기 중 시행을 예고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의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를 비롯해 자사주 보유와 처분에 대한 공시 의무 강화 등 자사주를 과도하게 보유하거나 대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자사주 처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정안은 상장법인 합병 등에 관한 공시 강화, 외부평가제도 개선, 합병가액 산정 규제 개선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의 자사주 제도 개선과 합병가액 산정방안 개편 발표 이후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합병가액 산정의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자사주 공개매수와 보유 자사주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밸류업 추진 과정에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총주주 내지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관망하는 편에 가까웠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국내 증시 밸류업을 위해서 지배구조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건 같은 생각"이라며 "그동안 일반 주주 보호에 소홀했다고 비판을 받는 사례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부분 합병, 물적분할 등 재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배려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하다', '투명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방관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나 증발공 규정 개정안이 지난 4월 자체 규제심사에서 금융규제 합리화 기준을 모두 충족했고, 7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도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안에 동의했음에도 늦어지고 있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개정안 시행 시기 지연에 대해 '내부 일정'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 일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지연이 합병가액 산정이나 자사주 처리 문제, 밸류업 정책 등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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