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분양가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가운데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분양가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땅값 상승세로 인해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9월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4%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기록한 62% 대비 수치가 급등했다.
HUG가 산정한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은 매월 HUG의 분양보증을 받은 30가구 이상의 민간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지역 내(구별, 동별) 분양가 및 대지비가 다르고 학군과 역세권 등 신규 분양사업장의 입지여건에 따라 분양가 내 대지 비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성동구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을 비롯해 강남구 '청담르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수요자 선호도가 높고 땅값이 비싼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이 진행돼 8월 대비 대지비 비중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땅값은 매달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주거용 토지 가격지수는 101.771로 전월 대비 0.285% 올랐다. 지가지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준(100)으로 지가 변화를 수치화한 지표다. 주거용 목적 토지 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1.771% 오른 셈이다. 지난해에는 상승률이 1.055%에 그쳤지만 올해 다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토지비가 상승하면서 분양가 또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택지비(땅값)와 시멘트·철근 가격 등 건축비(공사비)에 일부 가산비로 구성되는데, 건축비 상승에 더해 택지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분양가에 반영되는 탓이다.
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같은 기간(969만7000원)과 비교하면 38.00% 늘었다. 평(3.3㎡)당 기준으로는 4424만1000원에 달한다.
치솟는 분양가에 정부의 대응도 눈에 띈다. 지난 2일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2% 안팎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핵심 자재별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 △불법·불공정행위 점검반 운영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에 나서면서 분양가 상승세가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긴 하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는 땅값을 감안하면 분양가 오름폭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 마당이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이 꾸준히 이어지는 서울은 노후된 지역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땅값이 떨어질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향후에도 분양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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