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닷컴이 잡코리아를 전격 인수함에 따라 그 배경과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적인 규모의 업체가 국내 선두 업체를 인수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수대금 또한 관련 업계로부터 놀라움을 샀다. 연 매출 100억원대 규모의 닷컴기업이 무려 1천억원에 팔린 것.
관련 업계는 한국 시장에 진입한 몬스터닷컴이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내 리쿠리팅 업체의 서비스 및 수익 모델을 다른 나라에도 적용, 그동안 추진해온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북미 최대 규모 업체, 아시아 시장 정조준
몬스터닷컴은 미국 온라인 리크루팅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다.
20만개의 기업 사이트와 연동, 500만개에 달하는 구직자 이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7개국을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몬스터닷컴이 매달 발표하는 MEI(Monster Employment Index : 몬스터 고용지표)는 미국 고용상태의 '바로미터'로 통할 만큼 북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몬스터닷컴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다. 일본, 인도, 싱가폴 등지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 리크루팅 시장의 2위 업체인 '차이나HR닷컴'의 지분 40%를 인수해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당시 몬스터닷컴은 3년 후 차이나HR닷컴이 상장하면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몬스터닷컴은 북미 지역과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몬스터닷컴이 일본에서 제공하던 헤드헌팅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수한 것이 그 실례"라고 전했다.
몬스터닷컴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주요 업체들을 접촉하며 인수협상을 진행해왔다.
◆ 파격적인 베팅은 무엇 때문?
98년 설립한 잡코리아는 2003년 이후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 했다. 350만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잡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07억원, 영업익 24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 취업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던 국내 업체들은 닷컴 서비스의 유료화 바람이 불던 2002년을 기점으로 일제히 서비스의 유료화를 단행했다.
당시 잡코리아는 기업고객에게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노출되는 채용정보의 위치, 빈도, 크기 등에 따라 부분적으로 유료화 하는 등 타 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을 선택했다.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유료와 무료 서비스를 혼합한 수익 모델을 통해 더 많은 기업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구직 회원들의 증가, 매출 증대로 이어져 선두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몬스터닷컴 측도 이러한 수익 모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이나HR닷컴 인수의 경우처럼, 몬스터닷컴은 그동안 해외 시장 진출시 2위 업체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 마케팅 역량을 투여, 선두업체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써왔다"며 "국내 시장의 경우 잡코리아와 다른 업체간의 격차가 큰데다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해 파격적인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몬스터닷컴은 이번 인수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 거점을 마련, 일본 시장에서의 철수로 주춤했던 동북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잡코리아의 온라인 수익모델을 여타 아시아 시장에 접목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최근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각지로의 취업정보를 제공해왔다"며 "몬스터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각지의 취업 관련 정보, 지역 거점망을 활용해 국내 구직자들에게 더욱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업계, "파격적인 인수가에 놀라...온라인 취업업체 평가의 새 지평"
국내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들은 그러나, 잡코리아의 매각이 국내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잡코리아를 인수한 몬스터닷컴 측이 기존 잡코리아 조직의 유지와 독자적인 경영을 인정할 것을 천명한 만큼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
다만,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해외 취업 시장에서 잡코리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경쟁사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지만 인수가격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것이라 놀랍다"고 전했다.
온라인 취업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크루트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취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규모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잡코리아의 매각은 국내 취업 시장의 가치와 성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유의미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잡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 등 벤처캐피탈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들의 기업매각 기술과 능력이 발휘되어 몬스터닷컴이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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