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 서울 초고가 아파트는 연달아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반면 그 외 아파트 상승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며 초고가 아파트와 가격차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은 지난달 11일 120억원(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또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현대9·11·12차)는 지난달 각각 74억4000만원(12층)과 71억원(9층)에 거래돼 한 달 전 최고가 69억원을 뛰어넘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전용223㎡)와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97㎡)도 각각 73억원, 43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고금리 속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초고가 아파트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기본적인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가 진입하는 시장인 만큼 대출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KB부동산이 조사한 상위 20% 평균 가격은 1년 전 24억1962만원에서 24억695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5억2167만원에서 4억9457만원으로 떨어진 하위 20% 아파트와 달리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사이 서로 다른 분위기에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4.99로 전월(4.95)보다 값이 커졌다. 2018년 9월 5.01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동시에 평균 가격과 중위가격의 간격 또한 벌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9억5000만원으로 전월 대비 약 333만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가격은 11억9598만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약 110만원 줄었다. 두 값의 차이는 2억4598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간격차가 컸다.
평균가격과 중위가격의 간격이 벌어지는 이유는 부동산 침체기에 고가 아파트 가격이 중·저가 아파트보다 빠르게 가격이 회복하면서 평균값을 끌어올린 탓으로 풀이된다. 모든 매맷값을 주택 수로 나누는 평균 가격은 양극단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고가 아파트 가격이 오를수록 평균값은 상승한다.
이와 달리 중위가격은 매매된 아파트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으로 양극단 가격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이에 평균가격에서 중위가격을 뺀 값이 커질수록 고가 주택 가격 상승폭이 다른 가격대 주택에 비해 컸음을 의미한다.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1666만원 떨어졌지만 고가 아파트의 영향을 더 받은 평균가격은 346만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저가 아파트의 경우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기대감 속 가격이 상승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저가 아파트 시장에 수요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지 등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신축·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후행지표인 저가 아파트도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서울 지역 내 양극화는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가 아파트와 달리 저가 아파트는 다른 가격대 아파트보다 하락이 빠르고 상승 시점이 늦다"면서 "고가 아파트가 먼저 가격이 오르면 해당 지역 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가 이를 쫓아가는 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 시장 환경은 다주택자와 투자 수요가 진입하기 힘든 시장인 만큼 실수요자가 주로 주택을 거래한다"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단지 위주로 거래가 진행되면서 아파트 가격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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