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및 유기 소재 대신 유리 코어층을 채용한 기판을 말한다. 유리 소재를 사용한 반도체 기판은 칩과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고성능 컴퓨팅, 통신장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세밀화되는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기판 위에 칩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기존 실리콘 및 유기 소재의 경우 표면이 거칠어 미세 회로 형성이 어렵다. 또 칩과 MLCC를 많이 배치할수록 기판이 휘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유리기판은 표면이 평탄해 미세 회로 구현이 용이하며 열과 휘어짐에도 상대적으로 강해 대면적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유리기판이 구현할 수 있는 선폭은 5um(마이크로나노미터) 미만으로 유기기판(8~10um)보다 절반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유리 기판은 겉이 아닌 안에 MLCC를 심을 수 있기 떄문에 MLCC가 차지하던 공간을 활용해 반도체 칩을 더 넣을 수 있다. 이에 같은 크기의 기존 기판보다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넣을 수 있어 칩의 밀집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기신호 손실과 신호 전달 속도 측면에서도 기존 기판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 소비도 우수하다는 강점도 있다.
업계는 유리 기판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특히 유리 기판을 반도체 공정에 채용하면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두 세대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점도 있다. 유리의 특성상 누적 압력이나 외부 충격에 쉽게 깨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이 떨어진다. 유리기판이 그동안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다. 유리기판이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선 관련 기술개발과 공정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유리기판 공급망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2026년 이후 유리기판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제조에 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유리기판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AMD는 반도체 기판 제조사들과 유리기판 성능 평가를 진행하는 등 공급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SKC 자회사 앱솔릭스, LG이노텍이 유리기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는 올해 1월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시험) 라인을 구축하고 내년에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의 규모가 2023년 71억달러(약 9조78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달러(약 11조5700억원)으로 연평균 3.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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