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연초 대비 아파트 매물이 20%나 급증해 주목된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매물 증가로 인해 시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강남3구 아파트 매물은 2만730건으로 한 달 전 1만7155건보다 3575건(약 21%) 늘었다. 지난 13일 총 매물수가 2만건을 넘어선 세 지역은 2021년 아실이 부동산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초구에서 22.6%(5601건→6867건)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고, 송파구 20.3%(5324건→6408건), 강남구 19.6%(6230건→7455건) 늘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매물 증가율 1·2·3위 기록이다. 서울 평균 증가치 12.1%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 매물 증가에 대해 수요자와 매도자 사이 힘겨루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강남3구의 주택 가격 회복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빨랐던 경험칙 상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집주인과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수요자 사이 간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강남3구의 가격변동 폭은 여전히 낮다. 3월 2주차(3월 11일 기준) 기준 강남3구는 △강남구 96.077 △서초구 97.107 △송파구 93.229다. 2022년 1월 10일을 기준(100)으로 아파트 가격 변동치를 조사한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2022년과 매매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강남3구에서 가장 지수가 낮은 송파구보다 높은 지역은 영등포구(93.583)와 양천구(94.505), 광진구(93.965), 용산구(99.235), 종로구(97.576) 뿐이다.
주택가격 회복세가 가파른 강남에서는 호가가 최고 거래가를 넘어선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5㎡는 27억~32억원 수준으로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지난 1월 30억1198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는 비슷한 수준에 매물 가격이 형성돼 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 전용 97㎡도 37억~38억원에 매물대를 형성해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고가 34억5000만원보다 비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3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 회복 속도가 빨라 수요자들 사이에서 추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주택 매매시장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단계"라면서 "강남3구는 수요자들이 매물 가격에 부담을 느끼면서 관망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강남3구는 과거부터 대출 제한이 많아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이라면서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집주인들이 저가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강남3구 매물이 증가하더라도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적체되면 저가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저가매물 대신 시세보다 높거나 비슷한 매물이 다수 나오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효선 위원은 "최근 몇년간 다주택자 매물이나 주택 갈아타기 수요 등이 나오면서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면서도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매물이 쌓이더라도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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