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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던 이재용, '노조 리스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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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격려금 갈등에 조합원수 급증…단체행동 엄포도
계열사 4곳 삼성 초기업 노조 출범…삼성노조연대는 '이재용 교섭' 요구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근 재판에서 '전부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 노조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재판 직후 중동 등을 찾으며 글로벌 행보에 나서면서 이재용식 '뉴삼성' 드라이브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 통합노조가 출범하며 요구 강도를 높이는 등 노사 갈등이 그룹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생산법인 배터리 1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생산법인 배터리 1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3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삼성SDI 생산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살펴봤다. 지난 5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첫 공개 행보이자 올해 첫 해외 출장이다.

앞서 이 회장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튿날인 지난 6일 김포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행 전세기편을 타고 출국했다. 이 회장은 UAE에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지난 1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서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임직원에 당부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찾아 현지 스마트폰 시장을 직접 살폈다. 삼성전자와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이 2022년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매장에서 갤럭시 S24 등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했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했지만, 이 회장은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시동을 걸며 '뉴삼성'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최근 삼성그룹 내 노조 리스크가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삼성 계열사 4개 노동조합이 뭉쳐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이들 노조의 조합원 수를 합치면 1만3000명이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창립 이후 첫 노조가 공식 출범한 삼성전기 노조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022년 설립돼 삼성의 11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노조연대는 이 회장이 1심 무죄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노조연대 측은 올해 임금인상과 관련해 공통인상률 5.4%를 지급하고, 계열사별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인상률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임금피크제 개선과 정년연장 △리프레시 휴가 5일 보장과 휴가비 지급 △세전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 전환△하위 고과자 임금 삭감 폐지 △모회사·자회사 동일처우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근로조건 개선 7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에 더해 노사관계 개선 2대 요구안으로 이재용 회장과 직접 교섭 상견례, 교섭 시 대표이사 참석 등도 요구했다.

최근 성과급 갈등으로 삼성전자내 직원 동요가 커지며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조합원 수도 급증 추세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날 06시 기준 조합원 수는 1만7425명으로, 전체 직원(12만4000여명)의 약 14% 수준이다. 임금 본교섭 직전인 지난달 9일 1만891명(전체 직원의 약 8%)이었지만, 한달 새 7000명 가까이 노조 가입자가 늘었다.

전삼노는 지난 6일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4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삼노는 오는 14일 교섭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삼성그룹내 노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며 삼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전례없는 반도체 업황 침체로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주력 사업의 반등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더해지며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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