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내걸고 공개매수에 나섰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은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일반주주 지분 중 최대 27%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5일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목표로하는 물량을 모두 매수하려면 총투입자금은 최대 518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벤튜라는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대주주및 특별관계자간의 분쟁도 이어지는 등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중장기 성장 전략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1위 타이어 제조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가진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확보해서 이를 안정화한 이후, 지배구조 개선, 경영 혁신, 주주 가치 제고, 재무 구조 효율화를 추진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18.93%, 차녀 조희원씨가 10.61%를 보유 중이다. 현재 두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29.54%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지분 42.03%에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50.0~57.0%까지 늘어나게 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벤튜라는 지난달 30일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주주인 조현식 고문, 조희원씨와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조 고문 측과 MBKP SS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 측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조 고문과 조씨는 MBKP SS의 동의 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선 장내 유통되는 주식이 충분치 않다. 조 회장은 물론 공개매수에 나선 조 고문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72.45%에 달한다. 나머지 개인 소액 투자자를 비롯해 기관 투자자, 외국인 등에 분산된 거의 모든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한 경우, 현재 42.03%의 지분을 가진 조현범 회장이 더 높은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하며 지분을 8%만 확보해도 과반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조 고문측의 공개매수 이후 이날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으며 2만1850원까지 올라 이미 공개매수 가격(2만원)을 훌쩍 넘었다. 많게는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조 회장 측은 이날 "회장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으로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며 '"필요시 일부 추가 매수를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를 현혹해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개매수는 한국타이어 일가의 '형제의 난'이 3년여 만에 재발한 점이어서 주목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차남인 조현범 회장이 후계자로 선택되자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크게 반발했다. 조 고문은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맞붙었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조 고문은 2021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조현범 회장이 그룹의 회장에 선임되며 '형제의 난'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 회장이 회사 자금 2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3년여만에 구속돼 재판을 받는 등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또다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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