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측이 MKT(한국프리시전웍스) 인수 과정에서의 지분 참여와 부당 거래 등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경영 전략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5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조 회장도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은 법원에 제출된 서증(서류 증거) 조사에 대한 조 회장 측 변호인의 의견 절차가 진행됐다. 앞서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조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채택된 증거들의 의미를 설명했고, 이날은 조 회장 측이 반대 정황 자료를 제시하며 검찰의 논리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1년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몰드 회사 'MKT'를 인수할 당시, 지분 참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가 '신단가 정책'을 도입해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MKT 부품을 15%가량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지시해 131억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조 회장 측은 한국타이어의 MKT 인수는 당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사익 편취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은 당초 MKT를 인수할 때 한국타이어가 100% 인수해야 하지만,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이 끼어들어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애초에 한국타이어가 100%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타이어는 최초 MKT 지분 67%만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염두에 뒀지만, 매도인인 MKT 기존 개인주주와 주요주주 네오플럭스 등은 100% 인수를 선호했다"며 "당시 개인주주 보유지분이 55% 밖에 없어 한국타이어가 계획했던 67%만 살 방법이 없었고, 이후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 등이 나머지 지분에 참여하는 방식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국타이어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수많은 회사 지분 인수에 특수관계인 개인 지분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체만으로 부당하다 할 수 없다"며 "인수과정에서 2011년 1월 17일자로 법무법인에서 공정위에 사전심사 요청서를 제출했는데, 요청서에도 이미 특수관계인이 참여한 인수 구조를 고려 중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특수관계인이 인수 주체로 끼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 측은 "2020년 한국타이어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21억원으로, 당시 한국타이어는 해외공장 증설, 연구개발(R&D) 연구소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었다"며 "회사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을 초과해서 MKT 지분 100%를 다 사야할 필요는 없었고, 최소한 비용을 줄여서 다른 기회비용이 높은 곳에 투자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 측은 특히 타이어 몰드 사업의 특수성에 따라 한국타이어가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타이어 몰드의 기술력에 의해 타이어의 성능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타이어 몰드의 가격이 결정된다"며 "산업의 특성상 핵심기술과 노하우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유지가 중요하고, 몰드 제작 방식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제조원가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인수 과정에서 MKT를 수직계열화해서 몰드의 성능과 기술력을 높이고, 다른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점 등이 중점적으로 고려됐다"며 "기업 결합 사유에도 기술 개발과 기술 보안 강화 등을 들고 있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기업결합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 측은 "검찰은 MKT 인수 목적이 '원가 절감'이었다고 주장하며 몰드 가격을 낮췄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효과로 원가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MKT 인수에 사업상 리스크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몰드 업체의 이익률은 전방 사업인 타이어 제조사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MKT도 동반성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의 MKT 인수 참여가 사업기회 유용을 적용하며 '배임'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지만, MKT 주식을 취득하면 무조건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황금알은 아니고, 사업상 리스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사업상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봐야 하고, 형사 처벌의 영역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로의 인수 후 MKT 발주 물량이 늘어나는 등의 부당한 물량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변호인은 "2012년 한국타이어의 MKT 발주 비중이 90% 수준으로 증가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히려 2014년 신단가 테이블 도입 후 MKT 발주 비중은 축소됐다"며 "MKT 인수 이후 안정적으로 몰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가 생겼고, 신기술 몰드를 개발하는 것도 MKT에 집중되면서 자연히 발주 물량이 늘어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한국타이어 법무팀에서 특수관계에 있는 MKT에 물량이 몰리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검토하면서 이를 시정했다"며 "검찰은 이를 중요한 위법 증거라고 주장하는데,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고 시정하려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통상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로, 이것이 위법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MKT의 경우에도 한국타이어로 인수된 이후 해외 타이어 제조사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 MKT와의 거래 중단을 통지했다"며 "해외 타이어업체들의 발주 물량이 줄면서 MKT가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돼 한국타이어로서는 MKT에 발주를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MKT도 한국타이어의 요구를 다 받아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신단가 정책으로 MKT에 과도한 이익을 보장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한국타이어는 MKT 인수 이전에도 몰드 제작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MKT에 유리한 단가를 책정하기도 했고, 고난이도 몰드를 발주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불리한 제작 단가를 감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도 자동차 부품업계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관한 일련의 심결을 통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노력과 기여로 달성한 생산성 향상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 측은 "신단가 테이블의 내용이 MKT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검찰은 주장하지만, 신단가테이블 도입 품의에 의하면 MKT는 오히려 기존 가격 대비 2.1%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며 "실제 전체 가격 합계는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위적인 가격 상승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인치, 고난이도 몰드 가격을 인상한 것은 합리적으로, 이들 제품에 대한 MKT의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며 "2012년까지 몰드 1차 검사 합격률만 봐도 경쟁사 대비 MKT가 항상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한국타이어의 신단가 테이블 도입은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으로, 한국타이어와 MKT가 실제적인 측면에서 결합돼 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라며 "적정이익률 유지를 통한 지속적인 기술개발, 원가 절감 유도, 원활한 협조관계 유지 등도 중요하고, 이러한 시너지 관계를 고려하면 MKT의 이익이 한국타이어의 손해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진은 직원들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길게 봤을 때 어떤 것이 이익인지 정확하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책무"라며 "MKT는 인수 이후 안정적으로 확보한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삼아 R&D와 설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다양한 몰드 제작 기술 개발 등의 획기적인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타이어 제품의 성능 향상과 경쟁력 확보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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