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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 영화 투자 '러시'..."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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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사들의 영화산업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반벤처에 비하면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닌데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사고'도 많은데 여전히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

창투사들은 2000년 이후 영화에 활발히 투자했으나 개별 영화마다 수익률이 잘해야 20~30% 정도에 그쳤다. 투자금 대비 50% 정도의 수익을 거두면 '대박'으로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업계는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영화에 투자했다 10% 안팎의 수익을 올렸거나, 오히려 손해를 본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영세한 영화 제작사들의 불투명한 회계구조로 인해 투자금이 성실히 집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창투업계에선 아직까지 '충무로에선 가짜 영수증이 난무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오갈 정도.

올 들어 과거 결성했던 영상펀드의 만기가 속속 도래함에 따라 벤처캐피털들이 영화에 대한 재투자에 진저리를 칠 법도 하다.

그러나 낮은 수익률과 불투명한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창투사들의 관심은 점점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콘텐츠 혁명'으로 산업의 전망이 밝다"

최근 모태펀드를 총괄·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영화에 투자하는 14개의 영상투자조합 가운데 1차 심사를 통해 8개를 뽑았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전체 21개 투자조합 가운데 영상투자조합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것이다.

비단 모태펀드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펀드를 구성해 영화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도 한 둘이 아니다.

이처럼 창투사들의 영화투자가 급속히 확산되는데 대해 영화산업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바이넥스트의 박근진 이사는 "요즘 IT나 BT에 비해 영화 쪽 투자를 위한 조합을 구성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배급권 확보를 위해 과거부터 활발히 영화에 투자를 진행해온 대규모 배급사들 외에 SK텔레콤, KTF 등 통신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영화투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IMM인베스트먼트와 400억원 규모로, KTF는 보스톤창투와 300억원 규모로 오는 8월 중 영상펀드를 각각 구성할 예정이다.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기 위해 영상투자조합을 구성하는 여타 벤처캐피털들도 여러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확정 받은 상태.

대기업들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필두로 하는 통·방 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방 융합의 핵심은 콘텐츠가 될 것인 만큼, 그 정점에서 활약할 영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

이 외에도 영화산업은 주 5일 근무제도의 정착과 함께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멀티플렉스의 확장으로 고도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및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우리 영화의 수출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직까지 전면적인 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시장 또한 우리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박현태 소빅창투 사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영화시장의 문이 열리게 되면 미국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동양문화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영화가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투자의 기본은 개별기업의 성공가능성 보다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성장성을 보는 것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창투사들이 영화투자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영화산업의 성장세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창투사, "투자를 계기로 영화산업 회계관행 바꾼다"

벤처캐피털들은 제 2의 투자 활황기를 맞아 영화 제작사들의 낡은 정산 체계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영세한 영화 제작사들은 작품에 대한 투자금을 회사 운영비용으로 돌려쓰는 등 투명한 회계 체계를 확립하지 못했다. '가짜 영수증'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이나 창투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기본적인 신뢰도 점점 잃어왔던 것.

김현우 보스톤창투 사장은 "개별 영화에 대규모로 투자를 진행하는 대신 금융 부문에 강한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정산 체계를 갖춰, 영화 제작사들이 그 시스템을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창투사들의 투자 확대는 영화 제작 능력만을 보유하고 있었던 소규모 영화사들이 투명한 금융·회계 체계를 갖춰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벤처투자의 조병식 펀드운용팀장은 모태펀드 출자사의 선정기준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영화산업은 벤처 붐 이후 '거품'이 남아 있는 마지막 산업"이라며 "창투사들이 그 '거품' 제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벤처투자는 영상투자조합으로 출자를 신청한 14개 창투사들로부터 어떻게 투자금을 집행하고, 수익성 또한 제고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추가로 제출받은 터.

한편 충무로는 '통신 공룡'들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투자에 따른 영향력 행사로, 구태를 벗고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T·BT는 투자금 감소 우려...창투사 특성화 유도

영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IT와 BT 등 미래산업의 핵심영역이 될 분야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창투업계 한 관계자는 "모태펀드만 봐도 영화 부문의 출자금을 늘리게 되면 일반 및 특수목적의 투자조합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벤처캐피털 업계 전반에 걸쳐서도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 창투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조합에서 대부분의 출자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기업인데, 이들이 영화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투자금이 다른 산업영역에 출자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계기로 난립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이 전문화·세분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100곳 이상의 창투사가 간판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선두권 업체를 제외하곤 별다른 특색을 지니지 못한 채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부문의 투자는 대개 투자금 규모가 크지 않고, 1년 안팎의 짧은 기간 내 자금회수 및 재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벤처 영역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공개까지 짧아도 2~3년,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영화에 대한 투자는 시작을 시나리오 단계부터 하느냐, 제작 단계부터 하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또 어떠한 인맥을 활용해 특정 배우 또는 감독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도 크게 좌우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특성과 함께 능력을 발휘하는 창투사가 영화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설립돼 8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는 보스톤창투는 올 KTF 등과 300억원의 규모로 영상펀드를 결성함으로써 이 분야 전문 벤처캐피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영역을 다각화하고 규모를 키워나간다는 측면에서 투자의 한 영역으로 영화를 보듬기도 하고 있다.

◆영화계 내부 갈등...배급권 확보경쟁은 '과제'

영화에 대한 창투사들의 투자가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 내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확립되지 못한 투명성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이슈가 됐던 제작사-감독-배우 간 '돈 문제'로 인한 갈등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영화사들도 차차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비를 놓고 '몸값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관객 수가 100만~200만 명에 이르러야 비로소 '흥행'이란 단어가 따라붙을 수 있을 정도로 영화를 통해 성공을 거두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

여기에 창투사나 대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한 영화에 대해 스타 배우나 감독이 투입되도록 '입김'을 불어넣으며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배우들은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창투사들은 가능한 스타배우를 섭외하길 바라고 있어, 과거와 달리 시나리오대로 작품성 있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콘텐츠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통신사 등 대기업과 영화 배급사 간 영화의 판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도 양산되고 있다.

또 대규모 멀티플렉스를 확보하고 있는 배급사들이 영화 상영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고 있어, 영화 제작사 및 투자사들의 불만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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