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롭지만 벤처캐피털(VC)은 즐겁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을 거두면서 투자를 한 벤처캐피털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영화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영상투자조합이 활발히 결성된 가운데 아이벤처투자, 맥스창업투자 등 2개 창투사가 '미녀는 괴로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밖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녀는 괴로워'가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투자를 한 창투사들도 적잖이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흙 속 진주' 찾아내…2배이상 이익 거뜬할 듯
지난해 12월14일 개봉 이후 한 달여가 지난 16일 '미녀와 괴로워'는 52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사인 KM컬쳐 측에서 손익분기점으로 파악한 230만여명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 이미 '동갑내기 과외하기'(494만명)를 넘어 국내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역대 최고 관중을 동원했고, 관객 600만명 돌파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벤처투자와 맥스창투는 투자금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뜬히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 투자를 실시한 여타 다른 영화들과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구체적인 투자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아이벤처투자의 박경필 이사(영상투자자협의회 회장)는 "오래 전 영화의 초고부터 보고 시나리오가 맘에 들어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지난해 초 자금을 투입했다"며 "두 배 이상 이익은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이벤처투자는 지난해 4월 '미녀는 괴로워' 제작사인 KM컬쳐 등의 출자를 받아 100억원 규모의 'KM아이벤처지식기반서비스투자조합'을 결성했고, 이 조합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맥스창투도 지난해 8월 SBS 등의 출자로 80억원 규모로 결성한 'MAX-KM영상전문1호투자조합'을 활용해 투자를 했다. 양사는 코스닥 상장회사인 코코엔터프라이즈, 스타맥스가 각각 최대주주로 있다.
◆'왕의 남자'와 닮은꼴 투자
벤처캐피털의 투자 측면에서 봤을 때 '미녀는 괴로워'에 대한 투자는 지난 2005년 '왕의 남자' 때와 비슷한 특징을 보여 눈길을 끈다.
두 영화 모두 마케팅 비용을 합친 총 제작비가 70억원 안팎으로 이른바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음에도, 예상과 달리 대성공을 거뒀다. 거물급 스타배우와 감독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점.
최근 영상콘텐츠 투자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은 영화 한 편에 많게는 10곳 이상이 공동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박'이었던 '왕의 남자'에는 MVP창투 한 곳이, '미녀는 괴로워'는 맥스창투와 아이벤처투자 두 곳만이 투자를 하는데 그쳤다.
창투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은 보통 영화투자로 30% 가량 수익률을 올렸을 때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지난해 순이익을 올린 한국영화가 20% 정도에 불과했던 것처럼, 적잖은 창투사들이 영화 투자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
이와 달리 '왕의남자' '미녀는 괴로워'에 투자한 소수 창투사들은 투자금 대비 2배 이상의 이익을 올리며 기록적인 수익률을 자랑하게 됐다.
창투업계에선 벤처캐피털이 영화제작의 메인투자자로 참여해 제작과정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적절히 비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심사역의 감각에 의존해 단순히 자금을 투입하는 수준으로 투자의 성공률을 높이긴 어렵기 때문.
MVP창투는 '왕의남자'에 5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쳐 영화제작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진 못했다. 이번 '미녀는 괴로워' 역시 창투사들이 제작비의 대부분을 투자한 사례는 아니어서, 벤처캐피털이 영화판의 '스마트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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