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절망에서 가능성으로' '진단에서 치료 중심으로' 희귀질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증상이 발생한 이후가 아닌 증상 발현 이전에 유전체 기반 진단을 통해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뇌나 눈같이 재생되지 않는 조직을 손상시키는 희귀질환들은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치료를 통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찾기 힘들고 말 그대로 희귀질환이다보니 제약업체의 투자도 더딘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팀이 환자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의과학대학원 김진국 교수 연구팀이 희귀질환 환자맞춤형 치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3일 실렸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희귀질환 환자 중에서도 약 10%에 대해서는 환자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10%의 환자들을 유전체 기반 진단을 활용해 증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선별하는 방법을 연구팀이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진단이 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과 가족들이 진단에 소극적 경우가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같은 질환이라도 돌연변이에 따라서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돼 유전체 기반 진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환자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유전체 기반 진단의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전체 기반 진단이 환자뿐 아니라 모든 신생아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하면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진단되고 환자맞춤형 치료가 시작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신생아 때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단된 환자 1명에 대해서 환자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환자맞춤형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를 보고했다.
김진국 교수는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2019년에 RNA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희귀질환 환자 한 명에 대한 밀라센(milasen)이라는 환자맞춤형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가 3년 전 KAIST에 조교수로 부임한 후 진행한 후속 연구이다. 김 교수는 모세혈관 확장성 운동실조 증후군(ataxia-telangiectasia 또는 A-T)이라는 희귀질환에 대한 미국의 환자 재단과 협업을 통해 대규모 환자군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했다.
약 10%의 환자들에 대해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유전체 검사를 통해서 이런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를 제시하고 검증했다.
이를 통해 발견한 환자맞춤형 치료가능 환자 중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환자 1명에 대해서 환자맞춤형 치료가능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환자맞춤형 치료제인 아티펙센(atipeksen)을 개발 후 그 환자에 대한 맞춤형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했다.
KAIST에서는 김진국 교수가 공동교신저자, KAIST 의과학대학원 우시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A-T 아동 프로젝트(A-T Children’s Project) 재단과 하버드 의과대학과의 협업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논문명 : A framework for individualized splice-switching oligonucleotide therapy)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7월 12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료에 있어서, 지금까지 진단 위주의 진료에서 치료 위주의 치료로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2013년 환자의 진단을 위해 정립됐던 미국임상유전학회(ACMG) 가이드라인 연구가 발표된 이후 희귀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ˮ 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환자맞춤형 치료전략은 현재로서는 기술적 이유로 뇌, 눈, 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에만 적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 기술개발을 통해서 다른 질병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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