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일본 나가노현 시오지리시에 자리잡은 세이코엡손(엡손) 히로오카 사무소는 프린터 개발·생산 거점으로 엡손의 심장이라 볼 수 있는 곳이다.
24일(현지시간) 히로오카 사무소를 들어서니 220만㎡에 달하는 드넓은 사업장 부지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프린팅 솔루션 사업본부, 잉크젯 솔루션 기술 개발 사업본부, 영업 본부, 기술개발 본부 등 프린터 사업이 집결돼 있으며 이를 위해 6천8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무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잉크젯 프린터 생산 및 기술 개발이다. 엡손의 기둥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잉크젯 프린터 제품과 잉크젯 프린터용 '프리시전코어(PrecisionCore)' 프린트 헤드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곳은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 공간 솔루션센터를 운영 중이다. 엡손 프린터의 최전선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센터는 크게 페이퍼랩, DTF (Direct To Fabric), 라벨프레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페이퍼랩, 1분에 12장···폐지 업사이클링
가장 인상 깊었던 솔루션센터는 '페이퍼랩'이 전시된 솔루션 센터 페이퍼랩이었다. 페이퍼랩은 엡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종이재생장치다. 폐지를 넣으면 엡손 고유의 '드라이 섬유 기술(Dry Fiber Technology)'로 분해, 결합, 가공 과정을 거쳐 새 종이로 재사용할 수 있다.
드라이 섬유 기술은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한 종이를 긴 섬유로 분해한 뒤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깨끗한 종이로 탄생시키는 기술이다.
페이퍼랩은 1시간에 A4 약 720장, 1분에 약 12장을 생산할 수 있다 복사용지는 물론 명함, 카탈로그, 팜플렛 제작에 필요한 두꺼운 용지 등 다양한 종류의 종이 생산 가능하며 색상도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이 생산 전과정에서는 종이 원료의 운반, 제지의 유통 등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러나 페이퍼랩으로 90g/㎡ 무게의 종이를 약 7.9톤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사용한 종이를 재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년 간 약 6.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
엡손 관계자는 "완전히 감축하지 못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거나 환경기금에 투자하는 엡손의 '카본 오프셋(carbon offset)'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인 없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페이퍼랩은 일본과 유럽 일부 기업, 정부 기관 등에 도입됐다. 특히 일본 3대 은행 중 한 곳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포함한 은행과 보험사, 건설사, 공공기관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오가와 야스노리 엡손 글로벌 대표는 "고객사들은 기밀문서를 외부 반출 없이 내부에서 바로 폐기할 수 있는 (페이퍼랩의) 보안성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면서도 "일부에서 사이즈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를 줄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나리자, 디지털 섬유 인쇄 혁명
DTF 솔루션 센터는 나염 사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코모 지방을 테마로 대형 텍스타일 프린터인 '모나리자(Monna Lisa)'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모나리자는 소재를 가리지 않고 천에 다양한 색과 무늬를 입힐 수 있는 기기다. 엡손과 협업하는 이상봉 디자이너도 이 프린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엡손 관계자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섬유 인쇄는 날염 등으로 수질 오염 문제가 컸다"며 "모나리자는 디지털 프린터 방식으로 주문 생산이라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보통 프린팅은 염료잉크를 사용해 열이 필요하다"며 "모나리자는 안료 잉크를 사용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라벨프레스솔루션 센터에는 제품의 라벨, 포스터, 사이니지나 판촉물처럼 다양한 프린팅이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라벨프레스가 전시돼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품의 라벨이 인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이채로웠다.
센터를 둘러보며 엡손의 지상 과제는 '친환경'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상업적으로 봐도 향후엔 친환경 프린터가 탄소 배출 규제를 받는 고객사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가와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상품은 친환경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사회가 바라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가노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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