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프린터에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엡손) 글로벌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일본 나가노현 엡손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자신했다.
엡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제조기업들이 역성장하는 가운데서도 2022년 회계연도에 매출 약 13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환 영향 덕을 본 측면도 있지만 사양 사업이라는 프린터가 캐시카우인 기업으로선 눈에 띄는 성과였다. 엡손에서 프린터 관련 매출은 67.8%를 차지한다.
오가와 대표는 "원재료 소싱과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며 "엔저 현상으로 환 영향도 긍정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오가와 대표는 1988년 엡손에 입사, 1994년부터 프로젝터 사업부로 배치돼 엡손 최초의 비즈니스 프로젝터를 상용화하는 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랜 기간 엡손의 제품 및 비즈니스 개발에 주력했고 2017년 최고운영책임자(COO), 2020년 글로벌 대표가 됐다.
35년간 엡손맨으로 오가와 대표는 프린터 역사를 지켜봐 왔다. 그도 엡손도 프린터가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보진 않지만 기회가 없는 곳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오피스 시장을 잠식한 레이저 프린터는 열 발생이 많아 탄소 배출 문제를 안고 있다. 엡손은 이를 잉크젯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헌 종이를 새 종이로 만들어주는 제지 머신 '페이퍼랩'은 엡손이 꺼내든 친환경 시대의 대안이다.
오가와 대표는 "컨슈머 시장에서 대용량 인쇄를 원하는 소호들이 있다"며 "이들에겐 카트리지 대신 잉크탱크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무실 대부분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환경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프린터 시장이 줄더라도 이 레이저를 잉크젯으로 바꾼다면 커다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가와 대표는 한국에선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키를 찾았다.
그는 "한 달 전에 한국 대학가에 가서 인쇄와 관련된 곳을 찾고 몸소 (한국의) 교육열을 느꼈다"며 "교육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골프 같은 데서 프로젝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엔터에서도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엡손의 현재 최대 과제는 다른 기업처럼 친환경 경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제조 현장의 동력을 재생 에너지로 100% 전환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다. 일본, 영국, 미국 포틀랜드, 필리핀에서는 이미 RE100을 달성했으며, 한국엡손도 올해 6월까지 달성을 목표로 환경 친화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전사적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가와 대표는 "친환경 기술 개발 투자는 수익성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면서도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가노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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