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애플이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부터 USB-C 포트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의 본격적인 충전 포트 전환을 앞두고 '꼼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애플의 '꼼수'를 막기 위해 '판매 불가' 경고까지 내세우고 있어 애플의 방침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최근 애플에 USB-C 케이블의 기능을 제한할 경우 EU에서 아이폰 판매를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과 에어팟 등에 독자적인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수해왔다. 맥과 아이패드 등 일부 PC제품에만 USB-C를 적용한 상태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오는 2024년부터 전자기기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애플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EU를 시작으로 미국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IT기기의 충전기를 USB-C로 표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양한 기기를 하나의 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EU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유럽에서만 충전기가 5억 대 이상 출시되고 있고, 전자폐기물 규모는 1만3천 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애플이 USB-C 포트 전환 과정에서 자사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충전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애플은 타 제조사가 만든 액세서리의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해 MFi(Made For iPhone)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애플이 수익 창출을 위해 MFi 인증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충전기 등 액세서리 제조에 있어 MFi 인증을 받으려면 애플에 라이센스 비용을 내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5 시리즈부터 USB-C 포트를 장착할 예정인데, 업계에선 아이폰15 시리즈에서 MFi 인증 제도를 유지할 경우 최소 30억 달러(약 3조9천6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플이 그간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수해온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돼왔다.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 사용을 위해 USB-C 외에 추가로 라이트닝 케이블을 구매해야 하는 점, MFi 인증을 유지한다는 점 등이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애플은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수하는 이유로 '혁신'을 꼽아왔다. 라이트닝 단자는 애플만의 정체성으로, 한 종류의 충전 포트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EU가 애플의 USB-C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애플 역시 방침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시장은 애플이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인 만큼 판매 제한은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29%로, 삼성전자(3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EU의 USB-C 관련 정책은 2024년 12월 28일 발효되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아직 시간이 있는 상황"이라며 "1년간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향후 애플은 USB-C 제한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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