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영화사 싸이더스F&H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T 그룹 '콘텐츠사업협의회'에 참가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28일 "현재 싸이더스F&H 인수와 관련해 실사를 하고 있으며, 이달 중에 실사를 완료하고, 7월부터 가격 협상에 나서 7월말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업계와 KT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인디펜던트, 튜브, 쇼이스트, 기획시대 등의 업체도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말해 KT의 인수대상이 광범위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 등 영화 부문의 메이저 배급 업체 등과도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콘텐츠를 소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혀 영화 사업에 대한 KT의 공격적인 투자 의향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외에 음악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펀드 등을 통한 투자 및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인수 업체 경영권 유지 유동적...SKT와는 사업모델 달라
KT의 싸이더스F&H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관심이 됐던 사항 중 하나는 KT 그룹이 그간 강조해왔던 '제휴-협력' 모델에 변화가 생긴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올 2월과 5월 경쟁사인 SKT가 영화 제작사 아이필름과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를 포함한 회사 IHQ의 지분 21.7%를 144억 원에 인수하고 이어 YBM서울음반을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KT의 대응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한 KT의 대답은 "우리는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는 SKT와 사업모델이 다르다. 콘텐츠 업체들을 식구로 직접 맞기보다는 업무의 제휴-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모델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T가 포털 사이트 다음, 싸이더스F&H 등 콘텐츠 업체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잇따르면서 KT가 SKT에 이어 '콘텐츠 업체 사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CP들은 "몇몇 '간택'받은 CP들이 플랫폼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유통망과 자금 양면에도 모두 경쟁력이 없는 나머지 업체들은 고사하는 것이 아니냐"며 중소 CP들이 설자리를 잃어 시장 저변이 파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KT 측은 "그런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인수 업체가 한, 두개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점이 방증하듯 KT는 SKT처럼 한 두개 업체에 모든 자금과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 않다"며 "콘텐츠 산업계의 다양한 업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폭넓게 만들어둔다는 것이 KT 그룹의 콘텐츠 산업체 인수 및 제휴 모델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권 유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문제는 실사가 끝나고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협상을 통해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해 긍정적인 여지를 남겼다.
◆ 시장 활성화 도움 vs 플랫폼 위한 CP전략 우려...충무로
SKT에 이어 KT 그룹의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 싸이더스F&H 인수가 사실로 확인되자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통사의 영화 제작분야 진입 움직임에 대한 충무로의 시선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찬성하는 이들은 "대기업 진입과 문화의 산업화는 장르를 불문한 시대적 추세"라며, "이통사의 풍부한 유동성을 통해 영화 산업 전반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비디오 시장의 붕괴와 DVD 시장의 고전 속에 극장을 통한 유통 수익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 수익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의 DMB 망 등이 영화의 새로운 윈도우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통사의 영화 분야 진입 소식에 당장 지난 15일 시네마 서비스 등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사 57개의 모임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 한맥 영화사 대표)는 긴급 모임을 통해 "이통사가 충무로를 장악해 DMB를 통한 선 개봉 등의 방식으로 유통 구조를 변형시킬 경우 비디오, DVD 등 부가판권 시장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문화보다는 플랫폼과 기술에 대한 마인드가 강한 이통사가 예술 영화 등 '돈 안되는 영화'에 투자 하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작품성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플랫폼을 위한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자체가 수익을 만들어주던 '음성통화 가입자 기반 시장'의 끝자락에서 이통사들이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부었던 플랫폼의 응용방안으로 '콘텐츠'를 택했다. 자금과 '새로운 윈도우'가 필요한 영화 업계와 콘텐츠에 목마른 이통사간 결합이 어떤 '엔딩'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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