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국내 주요 영화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 한맥 영화사 대표)가 "새로운 영화 유통망을 발굴하겠다"고 언급해 이 말의 숨은 뜻을 놓고 의미 있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이 협회가 마련한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한 기자 간담회'에서 협회 정책위원장인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과도한 스타 개런티와 권력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영화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가 이날 기자회견을 한 가장 큰 목적은 '스타 개런티가 너무 비싸 영화 만들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산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것은 오 위원장의 다음 멘트.
오 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성장세와 수익률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으나 지난 2002년 이후 영화 제작자들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안정적인 경상수익을 내고 있는 극장과의 수익 분배 방식 개선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프라인의 비디오 시장이 무너지고 DVD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75% 이상의 영화 콘텐츠 유통 수익을 극장에 의존하고 있는 편향적 수익 구조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특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의 불법 복제 방지와 함께 '새로운 윈도'를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요약하면, 영화가 기존 주요 유통채널이었던 극장에 너무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이로 인해 영화 제작사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극장을 견제할 만한 '새로운 윈도'(새로운 유통채널)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통 채널'이라 함은 결국 온라인과 모바일로 압축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협회는 최근 영화저작권 신탁 단체 설립을 추진해 온라인을 통한 영화 콘텐츠 유통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신사와 제휴나 인수합병 등의 결합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미 통신사와 영화사의 밀애는 시작된 상태다.
올초 SKT가 영화 제작사 아이필름과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를 포함하고 있는 회사인 IHQ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KT와 싸이더스F&H 인수합병설이 뜨겁게 나돌고 있다.
양측은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통신업계와 콘텐츠 산업계 양측에서 인수 임박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통신 사업자의 잇따른 콘텐츠 업체 인수에 영화제작자들이 아주 애매한 표현이긴 한 것이지만 집단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한편, 인수설의 주인공인 차승재 싸이더스 F&H 대표는 28일 간담회 자리에서도 'KT 피인수' 여부에 대한 질문에 'NCND'를 고수했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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