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 고도화를 통해 KT&G 전자담배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고, 안정적인 해외사업 성장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백복인 KT&G 사장이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 시리즈가 PMI를 통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얘기다. 백 사장의 발표 후 수 개월이 지났지만, 4일 현재까지 KT&G의 신형 궐련형 전자담배 '릴 에이블(lil AIBLE)'이 출시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PMI가 비슷한 시기 국내에 출시한 자사 제품 '아이코스 일루마(IQOS ILUMA)'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 판매를 시작했고, 높은 시장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양 사의 계약 상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PMI의 판단에 따르게 돼 있다. KT&G는 자사 제품의 글로벌 시장 판매 등을 PMI에 강제할 수 없다.
KT&G는 지난해 11월 릴 에이블을 첫 공개하고 같은 해 12월 전국 편의점 등 주요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면세점에서도 해당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이날까지도 김포·인천공항 면세점 등에서 릴 에이블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PMI 일루마의 경우 이미 여러 면세점에서 판매 중이었고, 글로벌 시장에도 70여개국 이상 진출한 상태다. 두 제품의 국내 출시일은 한 달 차이로 일루마는 지난해 10월, 에이블은 같은 해 11월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KT&G 측은 올해 2월 전국 5만개 판매점에서 릴 에이블 스틱을 판매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재고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릴 에이블을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신형 제품이라고 해 릴 에이블을 구입했지만, 최근까지도 스틱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편의점 마다 제품이 부족해 보루(20갑)로 구입하려 해도 단 번에 가능했던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릴 에이블 스틱은 시중에서 물량이 부족한 상태다.
KT&G 측은 "릴 에이블의 경우 수급 조절 때문에 물량 부족 현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아직 제품 출시 초기라 면세점 등에 입점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며, 4월 초부터 물량 부족 문제는 정상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릴 에이블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해외 판매 여부는 PMI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르며, PMI는 국가별 시장 환경과 규제 등 다각적 검토를 통해 출시 시장과 제품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의 경우 10만원 상당의 기기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 제품을 한 번 구입하면 이를 변경하기 어렵다"며 "PMI가 아이코스를 국내 첫 궐련형 전자담배로 내놓은 뒤 이후 수 년 간 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담배 기기의 판매 이후 스틱 판매가 증가하기 때문에 당장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릴 에이블은 물론 이와 연계한 스틱 판매도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KT&G 측은 "릴 에이블은 작년 11월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통해 선출시 후 올해 2월에서야 전국 판매점으로 출시가 확대된 신제품"이라며 "또한, 전자담재의 해외 출시를 위해서는 디바이스별로 현지 인허가 및 규제 이슈 대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디바이스의 국내와 해외 동시 출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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