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물산이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하면서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는 삼성일가도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천471만8천99주(총 지분의 13.23%)와 우선주 15만9천835주(우선주 발행량의 9.8%)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키로 결정했다. 현 주가 기준 약 3조원에 달하며, 소각은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삼성그룹 내에서 자사주 소각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약 22조원을 포함해 수년간 약 45조원(소각 완료시점 기준) 규모를 소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전자 계열사 중에선 삼성물산의 이번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크다. 올 들어 국내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연 평균 6천억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주식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배당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과 함께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현금 배당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최소 주당 배당금은 2천원이다.
덕분에 상속세 부담이 큰 삼성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8.13%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6.2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타계 이후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 받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이 선대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고루 상속받았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천억원, 이재용 회장 2조9천억원, 이부진 사장 2조6천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6차례에 걸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 부담이 큰 탓에 삼성일가는 지분 매각과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 최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SDS 주식 151만1584주를 처분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주식 전량이자,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1.9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금액으로는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1천883억4천336만원 규모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에도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삼성SDS 주식을 처분해 1천900억원 정도를 확보했다. 2021년 말에는 삼성생명 주식 2천300억원어치를 매각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추진으로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부에서) 한 듯 하다"며 "자사주는 경영권 위협 시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회장이 지난해 회장직에 취임하며 안정적인 그룹 경영 구도가 완성됐고 현재 지분 구조상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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