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 SDS 주식을 전량 매각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 상속세 납부를 위해 또 다시 삼성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일가의 상속세 규모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 2일 삼성 SDS 주식 151만1천584주를 처분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SDS 발행주식총수의 1.95%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지난 2일 종가(12만4천600원) 기준으로 1천883억4천336억여원 규모다. 처분 목적은 상속세 납부로, 계약 기간은 오는 4월 28일까지다.
최근에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도 담보로 맡기고 4건의 대출을 통해 총 1천471억원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하나증권에 238만1천519주를 맡기고 1천억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이달 1일엔 하나은행과 3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40만4천주와 25만8천주, 80만1천주를 각각 맡기고 130억원, 83억원, 258억원 등 총 471억원을 대출 받았다. 각 이자율은 5.06~6%다. 이 이사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이사장은 지난해 3월에도 삼성SDS 지분 150만9천430주를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2만7천400원에서 12만9천500원이며, 당시 종가(14만원) 대비 할인율은 7.5~9%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삼성SDS 물량 외에 삼성생명 주식 345만9천940주(2천470억원)에 대해서도 KB국민은행과 매각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이 이사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엄청난 상속세 때문이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타계 이후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 받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이다. 이 중 주식에 대한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한다.
이 선대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고루 상속받았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천억원, 이재용 회장 2조9천억원, 이부진 사장 2조6천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6차례에 걸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에 이어 같은 해 10월에 두 번째 분납금을 납부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과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로 2.3%의 지분을 보유한 홍 전 관장은 지난 2021년 10월 5일 삼성전자 주식 1천994만1천860주를 매각하기로 하고 KB국민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2천243만4천 주를 담보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에서 1조원도 대출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지난 2021년 10월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천억원대를 대출 받았다.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04%로 대출 당일 종가 7만100원 기준 1천774억9천320만원 규모다. 이자율은 4.00%다. 지난해 3월에도 이 이사장과 함께 삼성SDS 지분 150만9천430주를 매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은 맺지 않은 대신 지난 2021년 9월 30일자로 삼성전자 주식 583만5천463주(0.10%)를 추가로 법원에 공탁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4천300억원 규모다. 이부진 사장도 같은 달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천550만주(0.26%)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과 공탁 계약을 체결했다. 전일 종가 7만2천200원 기준 1조1천191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외에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4월에도 삼성물산 주식 3천267만4천500주 및 삼성SDS 711만6천555주도 납세담보로 공탁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홍라희 전 관장 등 삼성전자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가족 3명은 올 1월 총 130명의 그룹 총수 가족 중 대출 규모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홍 전 관장이 대출잔액 8천500억원으로 1위였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대출액 6천500억원으로 2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대출액 3천711억원으로 4위다. 이 회장은 상장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지 않았다.
다만 홍 전 관장의 대출액은 지난 2021년 말보다 1천500억원(15.0%)이 줄어 감소폭이 조사 대상 총수 가족 151명 가운데 가장 컸다. 하지만 대출잔액이 워낙 커 1위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도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 등의 올해 배당 규모가 줄어든 만큼 오는 4월 상속세 3차 납부를 위해 금융권 대출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회장은 이번에 연이자 1.8%를 포함한 약 5천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21~2022년 1, 2차 상속세 납부 당시에도 배당금 및 개인 신용대출을 활용했다. 2021년에는 삼성전자의 2020년도 결산 특별배당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9천741만4천196주(지분율 1.63%), 삼성물산 보통주 3천388만220주(지분율 17.97%), 삼성생명 보통주 2천87만9천591주(지분율 10.44%), 삼성SDS 보통주 711만8천713주(지분율 9.20%), 삼성엔지니어링 보통주 302만4천38주(지분율 1.54%), 삼성화재 4만4천주(지분율 0.09%)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이 회장의 배당금(세전)은 2020년 사업년도 기준 2천187억원에서 2021년 3천634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는 약 3천48억원으로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49.5%에 달하는 종합소득세를 내고 나면 실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쓸 수 있는 현금은 약 1천500억원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족들처럼 이번에 그룹 계열사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일가도 높은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 약화를 감수하고 주식매각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탓에 경제계에서는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속법은 물려받은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한다. 최대주주 주식의 경우 할증이 더 붙어 최대 65%다.
이에 맞춰 정부는 이달 중 기재부 산하에 상속·증여세와 보유세 체계 개편 등을 전담하는 조세개혁추진단을 설치하고 제도 손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과도한 상속세율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세부담을 감당치 못하고 폐업하는 등 사회적 비용까지 야기하는 실정"이라며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기업의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상속세 개편과 공익재단 활성화를 비롯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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