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을 국내 에너지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가격 규제에 나선 탓에 재정적 손실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21년부터 4년 간 GDP의 1%(약 25조4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국민들이 세금 인상 등으로 부담을 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과 에너지 가격규제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 규제는 시장가격과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사중손실(dead weight loss)을 초래한다. 사중손실은 가격규제로 인해 신축적인 가격을 통한 자원배분의 최적화에 실패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뜻한다.
한경연은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을 국내 에너지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가격규제가 (사중손실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난방비 충격 현상이 나타난 최근 사례와 같이 가격규제로 인한 손실(높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낮은 국내 에너지 가격 간의 차)을 추후 가격인상으로 보전한다 하더라도 가격규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가격규제의 경제적 손실을 측정하기 위해 시뮬레이션(CGE 모형,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시도했다.
일단 한경연은 시뮬레이션을 위해 4년(2021~2024년) 동안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을 국내 에너지가격에 즉각 반영하는 '시장가격' 시나리오와 국제가격을 국내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억제하다가(첫 2년간) 나중에 손실보전을 위해 가격인상을 하는 '가격규제' 시나리오의 두 경우를 상정했다.
첫 번째 '시장가격' 시나리오는 가격 인상 요인이 실제 시장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예이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가격규제를 통해 가격 변동 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추후에 규제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한 사례다.
보고서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가격규제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후 가격인상을 한 우리나라 사례를 모형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CGE 분석을 통해 양 시나리오 간 GDP 감소 정도를 비교했다. '가격규제'로 인한 GDP 손실은 2021~2024년 간 총 25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가격 시나리오의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충격으로 GDP가 2021년에 2.2%, 2022년 14.9%, 2023년 8.5%, 2024년에 6.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 반면, 가격규제 시나리오의 경우 GDP가 2021년에 2.1% 감소하고, 2022년 14.0%, 2023년 8.8%, 2024년에 8.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가격 시나리오와 가격규제 시나리오의 차이를 규제에 따른 비용이라고 한다면 2021년과 2022년에는 규제로 인해 GDP가 각각 0.2%p와 0.9%p 증가해 가격규제로 인해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규제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난방비와 전력요금을 2023년과 2024년에 인상한다면 시장가격 시나리오에 비해 GDP는 2023년에 0.3%p, 2024년에 2.0%p 더 감소할 전망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1년과 2022년에 2조9천억원과 18조6천억원 증가하지만, 2023년에 5조9천억원과 2024년에 41조원 감소해 규제로 인한 4년간 순손실은 25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을 맡은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수입가격보다 낮은 국내 에너지 가격에 따른 손실을 추후 가격인상으로 보전을 하더라도 가격규제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 즉 경제적 손실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전(前)정부의 가격규제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결국 우리가 세금으로든, 가격인상으로든 메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면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가격규제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변동을 허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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