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협상을 놓고 19일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정부안 사수에 주력하는 여당을 '식물여당', '용산의힘'이라고 비난하며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의당·기본소득당과 함께 여당 없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국조특위)를 개의하며 여권을 자극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대통령실 하명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식물여당"이라고 공격하며 여당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지금 국회에는 집권당 아닌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닌 용산의힘만 있다"고 꼬집으며 여당을 비난했다. 예산 협상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공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당은 지난 15일 '법인세 인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예산 중재안 수용을 보류했다. 의장의 중재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25%→24%) ▲행안부 경찰국 등 위법성 시비가 있는 일부 기관 예산의 예비비 편성이 골자다.
민주당이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음에도 여당은 돌연 보류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입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현재 3%포인트 내외의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여당이 보류 의사를 밝힌 다음날(16일)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으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 측과 함께한 경제정책 당정협의에서 민주당에 법인세 인하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불참하며 여권에 항의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대 정부를 통틀어 이렇게까지 국회 예산심의에 개입하는 정부는 처음 봤다"며 김 의장, 주 원내대표와는 더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장 중재안을 받지 않으면 (협상은) 물 건너간 것"이라며 "이제는 여당과 정부가 결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박 원내대표와 연락이 끊겼을 정도"라며 협상이 난항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등 야3당은 이날 여당 없이 국조특위를 개의하고 주요 일정, 증인 채택 등을 의결해 여당을 자극했다. 여당은 현재 '예산안 통과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특위에 불참하는 상황이다.
특위는 오는 21일과 23일 현장조사를 실시, 기관보고(27일, 29일)를 거쳐 내년 1월 2, 4, 6일 세 차례의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비롯한 44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증인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도 포함됐다.
이날 특위에서 야3당은 불참한 국민의힘을 성토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유가족 간담회에 이어 오늘 이 자리에도 안 오는 모습을 보면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어떤 심정인지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참사 49재가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책임진다는 사람이 없는데 국민과 유가족에 설명하기 막막하다"고 토로하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특위 기한 연장을 주장했다. 특위의 활동 시한은 내년 1월 7일까지로 본회의 의결을 통해서만 연장이 가능하다.
야권의 단독 개의에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통과 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하는 건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전날(18일) "한쪽에서는 한없이 예산안을 발목 잡고,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군불 때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국조특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일단 특위의 남은 시한이 촉박해 대략의 계획이라도 잡자는 차원에서 회의를 연 것"이라며 "오늘 의결 사항도 여당과 사전에 의견을 주고받은 만큼, 여당의 특위 복귀를 위해 계속 소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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