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져야할 거고, 달라질 거라고 본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 선수단은 지난 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콘레드 호텔 6층에 모였다.
구단과 우리금융그룹이 선수단을 위해 출정식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 자리에서 다가오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각오를 밝혔다. 우리카드를 포함한 남녀부 13개 팀과 마찬가지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런데 이자리에서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과 올 시즌 선수단 주장을 맡은 황승빈(세터)은 '키 플레이어'로 한 선수를 꼭 찝었다.
주인공은 아웃사이드 히터 송희채다. 신 감독은 "(송)희채는 지난 시즌보다 달라져야할 거고 달라질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을 때릴 때 스윙도 그렇다. 이 부분을 정말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이 점을 변화하지 못하면 팀도 손해고 선수 본인에게도 그렇다"고 말했다.
송희채는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시절 송명근, 이민규(이상 군 복무 중) 김규민(현 대한항공) 등과 함께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역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제2의 석진욱(현 OK금융그룹 감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공격과 수비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V리그에서도 곽승석(현 대한항공)의 자리를 이을 선두두자로 꼽혔다.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당시 러브콜을 보낸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해인 2018년 충북 제천에서 열린 KOVO(한국배구연맹)컵대회까지는 잘 풀렸다.
삼성화재는 당시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송희채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런데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좋은 평가는 이후 독이 돼버렸다.
송희채는 막상 정규시즌이 막을 올리자 삼성화재에서 기대한 만큼 플레이를 코트 안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도 있긴 했지만 범실이 늘어났다. 특히 20점 이후 접전 상황에서 자주 나오곤 하던 서브 범실은 송희채 본인 뿐 아니라 팀 동료 그리고 벤치의 힘을 빠지게 했다.
그는 군 복무 중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우리카드로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그리고 전역 후인 지난 시즌 도중 우리카드 선수단에 합류했다.
신 감독은 출정식 후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송희채에 대해 좀 더 언급했다. 그는 "지난 컵대회를 되돌아보면 실망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선수 본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는 팀에서 없는 선수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충격요법이다. 신 감독은 "단양에서 열린 시범경기 때 희채를 빼고 경기를 치른 적이 많다"며 "그렇다보니 선수 본인도 위기감을 느꼈다고 본다. 희채에게도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하는지 분명히 말했다. 희채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팔 스윙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 얘기했다. 신 감독 바람대로 송희채가 자리를 잡는 게 여러모로 팀 전력 안정화에도 보탬이 된다. 신 감독은 송희채에게 강한 사인을 보냈지만 "확실하게 피드백을 줬기 때문에 본인이 잘 하리라고 믿는다"고 신뢰도 보냈다.
송희채가 이제는 코트 안에서 화답할 차례다. 만약 뜻이 맞지 않거나 신 감독이 지적한 나쁜 습관이나 스윙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트가 아닌 웜업존이 송희채에게 더 익숙한 곳이 될 수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신경써야하는 자리다 보니 송희채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넘어서야한다.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라도 공격 1옵션은 나경복이다. 송희채는 삼성화재 시절 1옵션이 아닌데도 그런 모습을 종종 보였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황승빈도 송희채를 올 시즌 팀내 키플레이로 주저없이 꼽았다. 그는 "희채가 뛰는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황승빈은 "그 자리에 나오는 선수가 흔들림 없이 꾸준히 하느냐가 팀의 조직력이나 단단함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라며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승빈은 송희채보다 한 시즌 늦게 V리거가 됐지만 1992년생 동갑내기다.
돌고 돌아 우리카드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전체 공격을 세팅하고 조율하는 세터 입장에서 송희채가 맡아야할 임무가 중요한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송희채도 이제는 '명예회복'을 할 때다. 한때 한국 남자배구 아웃사이드 히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OK저축은행 시절은 지나간 일이다. 이대로라면 팀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송희채도 2022-23시즌 V리그 코트에서 이제는 이를 증명해야할 시기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