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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벅스,그리고 해충과 익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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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부분의 음반사는 음악 사이트 벅스(bugs)를 이름 그대로 '벌레'보듯 했다. 벌레 가운데에도 지독한 '해충'이었을 터다. 음반사의 이익을 해치는 대표적인 존재였으니, 그런 인식이 근거 없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 같다고 할까.

벅스를 '컴퓨터 버그'와 비유할 만도 했다. 한 순간에 음악 유통질서를 총체적으로 흔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은 것이다.

이런 인식은 물론 네티즌과 정반대 편에서 느끼는 것이다. 네티즌으로서야 벅스 만한 사이트가 없었을 것이다. 공짜로 편하게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21세기 음악 신천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벅스였다.

그런데 최근 음반사 또한 벅스를 보는 눈길이 달라졌다. 벅스가 이름을 바꾸지 않는 한 벌레는 벌레이로되, 해충이 아니라 익충(益蟲)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자본을 투자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15일 예당엔터테인먼트는 벅스 지분 20%를 인수하다고 발표했다. 지분 규모로 봐서 향후 경영권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이에 앞서 다수의 유력 음반사들은 60%에 가까운 벅스의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반사들이 예전과 달리 벅스를 익충으로 보고 있다는 대표적인 징후다. 그런데 이러한 음반사의 인식 변화는 필연으로 읽힌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벅스의 '서식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농작물을 마구 갉아먹는 '대지'의 메뚜기 같은 방식으로 벅스가 존재할 가능성은, 더는 없다. 음악 콘텐츠 유료화를 거스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벅스가 '메뚜기 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면, 음반사로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벅스를 음반사에도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만드는 방안이 있겠기 때문이다.

적을 강력한 아군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가 떠오른다. '벅스 라이프'는 개미왕국이 메뚜기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말썽꾸러기 발명가인 주인공 플릭과 서커스 벌레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 메뚜기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비유가 좀 어색하긴 하지만, 최근 음원 시장이 이와 비슷하다. 음원의 유료화가 대세로 인식되면서 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SKT 같은 IT 기반 대형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음반사에게는 과거의 해충, 벅스보다 이들이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이들은 크게 불법적이지도 않다. 자칫,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먹는다'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음반사에게 현실적으로 벅스가 필요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를 테면 이이제이(以夷制夷)이다. 원죄를 짊어진 벅스로서도 생존을 위해선 음반사의 도움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설적이다. 무료 서비스 시절, 벅스의 위력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대단했다. 음반사로서는 이런 사실 자체가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벅스의 기력을 빼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시장은 비교적 건전해졌다. 그랬던 음반사에게 과거 벅스 위력을 되살려내는 일이 중요한 숙제가 될 수도 있다.

답은 나와 있다. 유료화가 되는 만큼, 이제 더 좋은 노래, 더 나은 서비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자본과 페어플레이를 하는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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