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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 보내는 美 텍사스·뉴욕·애리조나…삼성전자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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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앞세워 삼성 신공장 유치 총력…이재용 가석방 가능성에 최종 선택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8·15 광복절 사면 혹은 가석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투자 방향에 대한 윤곽이 이달 중 드러날 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각 지역 주정부들은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최근 물밑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금을 놓고 텍사스주와 뉴욕주, 애리조나주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등 5곳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한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한 모습.

업계에선 그 동안 이미 삼성이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2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와 반도체 담당 삼성 임원진이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를 최근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말 방미 기간 동안 다른 후보지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 신공장 부지 결정의 윤곽은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만 밝히고 좀처럼 나서지 않자 미국에선 각 주정부가 애달아 하며 신공장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트래비스카운티와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에 세제 혜택 등을 요청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관계자와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네 차례 유찰 끝에 오는 9월 16일로 일정이 연기된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의 경매에도 삼성전자가 참석해 공장 부지로 확정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뉴욕주는 미국 정치계 '거물'로 불리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까지 끌어들여 삼성전자에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뉴욕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9억 달러(약 1조287억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주가 밀고 있는 제네시 카운티 산업단지는 과학기술첨단제조산업단지(STAMP, Science Technology Advanced Manufacturing Park)로, 약 1천250에이커(약 505만8천570㎡) 규모에 물·전력·전문인력 등 파운드리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공급 받기 수월한 곳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거대 협력사 중 하나인 IBM이 인근 뉴욕주 나노테크 단지에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삼성의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뉴욕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며 "뉴욕의 신규 반도체 공장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방 인센티브를 확보하려고 싸우고 있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냈다.

또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를 방문해 "(저의 초대로) 삼성 임원진들이 지난달 제네시 카운티 산업단지를 방문했다"며 "제네시 카운티 부지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고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 오스틴 반도체 LLC]
삼성전자 노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 오스틴 반도체 LLC]

하지만 삼성전자는 굳이 서둘러 부지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짓고 있는 평택3공장(P3)에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하고 2023년 가동을 할 계획이어서 미국 파운드리 투자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인텔 등이 애리조나에 대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미 정부가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가급적 많은 인센티브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미국 주정부끼리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몸값이 높아진 삼성전자가 서두를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TSMC와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과 달리 삼성전자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파운드리 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천억 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공장 6곳을 건설하는 등 대대적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로, 최근엔 일본과 유럽 내 공장 설립 검토에도 나섰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 역시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는 한편, 300억 달러를 들여 세계 4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에 도전한다. 여기에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독일 정상들과 최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까 우려된다"며 "파운드리 시장을 절반가량 차지한 TSMC보다 점유율이 20%에 못 미치는 삼성전자가 받는 압박감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결정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부회장은 지난 6월 초 청와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형투자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국내뿐 아니라 미국 경제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 기업 800개가 소속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암참)는 지난 5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이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사면돼야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빨라지고 대미 투자도 속도를 내 바이든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우리는 삼성의 가장 중요한 경영진의 사면이 미국과 한국 모두의 경제적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암참은 비정치적 단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이나 사면으로 풀려나면 두 달이나 지연된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와 신공장 건설 입지 지역 최종 선정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날 것 같다"며 "삼성이 활발한 투자 및 경영 활동을 벌이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는 것보다 경영활동에 제약이 없는 특별사면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은 대규모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총수가 부재 중인 삼성전자로선 경쟁사들을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이 부회장의 광복절 사면 혹은 가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신공장 후보지로 거론된 곳들도 최근 들어 삼성전자에 더 적극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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