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품업계에 이어 치킨업계에도 원자재 상승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치킨을 튀길 때 사용되는 국제 식용유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에 일부 업체에서는 가격인상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 치킨집에서 주로 구입해 사용하는 업소용 18ℓ 식용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서 국내 식용유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업소용 콩식용유 18ℓ 제품의 시중 유통 가격은 올해 1월10일 2만6천890원에서 지난 11일 3만9천660원으로 1만3천원 가량 뛰었다.
이는 국제 식용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지난 4일 대두유 선물 가격은 1파운드(454g)당 약 72센트를 기록했다. 2008년에 세운 종전 최고가이자 올해 들어 70%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식용유로 알려진 팜유도 가격이 올랐다. 말레이시아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4월 거래된 팜유의 선물가격은 t당 3천791링깃(한화 약 103만원)으로 선물거래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오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처럼 식용유 가격이 오른 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국제 대두유의 원료인 대두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두 주산지인 미국과 브라질은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팜유 또한 전세계 팜유 생산의 84%를 담당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해소되지 않으며 공급 부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리 시 닭을 튀기는데 많은 기름을 사용하는 치킨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두유와 팜유는 다른 기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네네치킨, KFC, 롯데리아 등에서 치킨을 튀길 때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네네치킨·롯데리아 등에서 대두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혼합유를 쓰는 것으로 안다"며 "재고를 일부 가지고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원가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급등한 대두유나 팜유 외에 다른 기름을 사용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Top 3'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이들은 현재 교촌치킨(카놀라유)·BBQ(올리브유)·bhc(해바라기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두유 수요의 일부가 카놀라유 등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식용유 릴레이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팜유나 대두유가 급등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해바라기유나 다른 기름으로 조금씩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업계 전체에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원가 부담이 심한 것은 '옛날통닭' 등의 저가로 치킨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옛날통닭'의 경우 치킨 가격이 한 마리 6천원~8천원 정도인데 그 중 식용유 비용이 약 700원~900원(한마리 기준) 들어간다. 거기에 육계 가격이나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마리당 2천원에서 3천원 가량 마진이 남는데 원재료 가격이 더 오르면 인건비도 거두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옛날통닭 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18리터들이 식용유 한 통 값이 올해 초 3만원에서 최근 4만원대로 올라서 부담이 크다"며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려야하는지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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