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품업계 분야별 1위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업계에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1위 업체가 제품 값을 올리면 2~3위 업체들이 이를 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이를 미루어 볼 때 1위 업체의 가격 인상은 후순위 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소비자들이 먼저 가격을 올린 기업에게 비난을 쏟아붓고 나면 시간차를 두고 릴레이 인상이 이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전체적인 기업 매출원가율은 낮아졌다며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가공햄 시장 1위 업체 CJ제일제당과 냉장면 1위 풀무원이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후발업체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햄 시장에서는 롯데푸드 등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고 풀무원의 인상으로 CJ제일제당도 냉장면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검토 단계라는 것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말은 확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검토한다는 것은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보면 식품업체들은 한결같이 "사업부서에서 원가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상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하던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 육가공 제품 CJ제일제당·냉장면 제품 풀무원 가격인상 '총대'…후발주자 인상여부 '촉각'
먼저 CJ제일제당은 다음달 1일부터 육가공 제품 20여종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하기로 했다. 가격이 오르는 제품은 스팸 클래식, 스팸 라이트, 백설 오리지널 비엔나, 굿베이컨 등이다.
국내산은 물론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70% 올랐고 국내산 돼지고기도 20% 정도 상승했다"며 "햄과 소시지는 원료 비중이 높은 상품이어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롯데푸드·동원 등 육가공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들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풀무원도 최근 면과 떡류 40여 종의 납품가를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형마트에 보냈다. 평균 인상률은 약 8% 이른다. 주요 원재료비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생아빠우동 1인과 생아빠볶음우동 1인은 각각 가쓰오생우동 1인과 데리야끼볶음우동 1인으로 제품이 변경되며 가격이 31% 인상됐다. 여름철 판매가 높은 평양물냉면 2인과 겨울동치미물냉면 2인은 3.8% 올랐다.
동치미 물냉면, 평양물냉면 등을 보유한 냉장면 후발주자 CJ제일제당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밀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1분기 매출 원가율 CJ제일제당·풀무원 모두 전분기보다 하락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가격인상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원자재의 상승이다. 돼지고기와 밀 가격이 반년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실제 축산물 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1kg 당 4천506원이었던 국내 지육가는 지난달 5천403원으로 19.9% 급등했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 역시 같은 기간 1.36달러였던 지육가는 2.3달러로 약 70% 올랐다. 전지(앞다리)의 경우 2.05 달러에서 2.84 달러로 38.5% 치솟았다.
밀 가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를 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1톤당 158달러에서 지난달 260달러로 급등했다. 4년만에 100달러 넘게 오른 것이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은 최근 7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론은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원가율은 되레 낮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 제조경비 등의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분기보고서를 보면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1분기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4분기보다 낮아졌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매출원가율은 79.4%였는데 올 1분기 77.4%로 약 2% 가량 줄었고 풀무원도 지난해 4분기 74.6%에서 올 1분기 73.7%로 약 1% 줄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출원가율이 단 1~2%가 낮아도 금액적으로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을 절약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수치로 보면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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