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최소 50조원, 최대 10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에 적신호가 켜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2차전지 시장을 두고 SK이노베이션과의 다툼에 몰두하는 사이, 글로벌 최대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배터리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개최한 파워데이(Power Day)에서 통합형 셀(Unified Cell)이라고 부르는 '각형 2차전지'를 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에 공급하고 있는 2차전지는 '각형'이 아닌 '파우치' 형태다.
이에 따라 IPO를 추진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만약 향후 폭스바겐으로의 2차전지 공급이 중단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국내 증시에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 계획이 전해진 16일 LG화학 주가는 8%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이어 17일에도 4% 가량 하락했다. 다만 이날 주가는 0.5% 가량 상승한 8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한때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85만원선까지 밀린 상태다. 특히 지난 16일과 17일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폭스바겐의 발표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폭스바겐의 2차전지 전략은 유럽 자국산 2차전지 경쟁력을 높이는 계획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폭스바겐 내 파우치 (2차전치) 생산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부터 신규 각형 2차전지의 사용을 시작할 계획이며, 사용 비율은 2030년까지 80%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폭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와의 결별 수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에 집착하는 사이, 글로벌 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파워데이에서 폭스바겐이 유일하게 언급한 2차전지 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스웨덴에서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설비를 구축 중이고, 오는 2023년부터 2차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이미 폭스바겐으로부터 140억 달러(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받았다고 밝혔다.
2차전지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 CATL 역시 폭스바겐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선택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CATL은 파우치형 외에 각형 배터리도 제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국내 업체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소송전을 마무리 짓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LG측이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이 장기화됐고, 그 결과 폭스바겐이 LG는 물론 K-배터리와도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국내 기업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폭스바겐의 결별 선언후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한 것만 봐도 폭스바겐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며 "폭스바겐과 같은 주요 고객사를 잃게 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와 상장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발표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계획 등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측에 최종 패소한 이후 LG가 자사의 사업에 지장을 주기 위해 무리한 보상 요구와 일련의 활동 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LG측은 SK이노베이션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본질은 합당한 피해보상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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