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되면서 SK그룹 내 SK하이닉스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서게 됐다. 특히 ICT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의기투합하게 되면서 SK하이닉스의 사업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지를 두고 업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 이번 인사에서 SK텔레콤을 이끄는 박정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SK하이닉스 경영까지 총괄하게 됨에 따라 SK그룹의 IT 중간 지주회사 구축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SK그룹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자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린다. 지난 2017년에는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일본 출장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또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할 때도 이석희 사장과 함께 중대 현안을 결정하는 데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SK그룹이 SK텔레콤을 통신사업회사와 투자·지주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지주회사가 SK브로드밴드·SK하이닉스 등 SK그룹 ICT 계열사들을 아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SK텔레콤이 SK그룹 내 ICT 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에 충분한 움직임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 경영까지 총괄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중간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로 SK텔레콤이 통신 서비스 회자의 경계를 뛰어넘겠다는 사업재편 의지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SK텔레콤이 추진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서용 AI반도체 '사피온(SAPEON) X220'을 공개해 주목 받았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심의 미래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AI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AI를 무기로 구글, 페이스북 등과 맞설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탈(脫) 통신' 전략을 내세운 상태"라며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ICT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SK그룹의 관련 사업 강화 움직임도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며 글로벌 2위 도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업계에선 박 부회장의 합류가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사회적 가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SK그룹의 방침을 박 부회장이 하이닉스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부회장의 통찰력과 노하우가 SK하이닉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부에서 판단해 이 같이 인사를 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박 부회장이 SK텔레콤과 하이닉스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성장성이 높은 글로벌 AI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SK그룹이 ICT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양사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더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SKT CEO와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임하게 됐다"며 "이번 일로 박 부회장이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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