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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에 냉가슴 앓는 울산…부지 개발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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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지 매입 7년째 공터로 방치…롯데, KTX역사 개발 속도 못내

[아이뉴스24 장유미, 이현석 기자] 한 때 가처분소득 1위로 전국에서 소비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으로 주목받던 울산이 유통업체들의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분위기다. 울산 혁신도시에 한국석유공사 등 10곳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하면서 소비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경기 불황 장기화와 정부 규제 강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의 여파로 이 지역에 출점을 계획했던 신세계와 롯데가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013년 5월 555억 원을 들여 울산혁신도시 내 상업 지구에 2만4천332㎡의 땅을 매입하고, 2016년 2월 울산 중구와 백화점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한국석유공사 맞은편에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레저 시설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을 오픈했어야 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지금도 이 부지에서 첫 삽 조차 뜨지 않았다. 백화점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어려움에 겪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줄어든 1조1천969억 원, 영업이익은 97% 급감한 33억 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동안 99.8% 줄어든 16억700만 원에 그쳤다.

신세계 울산 부지 [사진=신세계]
신세계 울산 부지 [사진=신세계]

이로 인해 신세계는 최근 울산시 중구 측에 올해 안에도 이 부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건립 계획을 내놓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대구점과 센텀시티점 외에 나머지 점포에서 모두 역신장하는 등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워진 데다 내년에 오픈할 예정인 대전 신세계사이언스 콤플렉스에 투자금을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울산 외에 인천 송도 등에 가지고 있는 부지 개발 계획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다소 검토 시기가 미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는 내년 8월 오픈을 목표로 약 6천억 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의 신세계사이언스 콤플렉스 건물을 짓고 있다. 이곳에는 백화점과 함께 호텔, 과학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신세계는 이곳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코자 오는 31일 790억 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울산시 측은 신세계가 백화점 건립 계획을 계속 미루자 답답해 하는 눈치다. 올 초에는 신세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울산시 중구에서 백화점 부지를 팔아 다른 사업자에게 기회를 넘기라고 최후 통첩까지 보냈다. 신세계 측은 울산시 측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표 교체 후 상무 대신 부사장이 직접 울산 부지 계획을 챙기도록 하고 있지만, 민심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신세계가 상업지구 땅을 사놓고 몇 년째 개발을 하지 않아 주변 상권이나 인프라 구축이 잘 안돼 살기가 힘들다"며 "이럴거면 신세계가 다른 곳에 부지를 파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울산시민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해당 지역구를 맡고 있는 박성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8일 차정호 신세계 대표를 만나 부지 개발에 대한 조속한 건립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신세계가 백화점 건립을 목적으로 혁신도시에 대지를 사고 업무 협약을 맺은 탓에 주민들이 그 주변 아파트를 좀 더 비싸게 분양 받았다"며 "아직도 신세계 측이 구체적으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주민들이 염원하는 상황으로, 백화점 조기 착공을 강력하게 건의 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차 대표는 "워낙 경기가 어렵고 쇼핑 유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로 백화점 경영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며 "더욱이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면 여러 유형별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차 대표까지 직접 나서 신세계 측의 상황을 설명하자 울산시 중구청도 최근 한 발 물러난 분위기다.

울산시 중구청 관계자는 "우리 입장만 보면 신세계가 땅을 매입해 둔 상태인 만큼 원안대로 가는 게 최선이지만,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세계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 조율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며 "신세계 측에서도 내부 토의 결과를 빠르게 전달하고 협의를 해 나가려고 협조적으로 대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바로 미래 계획 등을 세워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협조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 초 지정내용 변경 고시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착공 시기를 예정보다 미루고 있어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10월 울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이듬해 2월 출자회사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과 울산시, 울산도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사업 협약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 2015년 6월 2천520억 원을 투입해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1천602번지 일대 7만5천480㎡ 부지(연면적 18만1천969㎡)를 매입했다. 당초 이곳에 영화관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만들려고 했으나, 수익성을 고려해 영화관을 빼고 테마쇼핑몰을 짓기로 울산시 측과 합의했다. 이에 울산시는 올 초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지정내용 변경을 고시했다.

롯데는 오는 202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건물을 지어 판매 시설인 아울렛을 포함한 쇼핑몰, 식당, F&B, 관광안내소 등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롯데쇼핑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실적 악화로 오프라인 구조조정 등 모든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울산역 개발 계획도 다소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일각에선 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개발 계획 철회설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다. 또 올해 연말까지는 일단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타격으로 각 업체들이 투자보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좀 더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울산시 전체 인구 또한 매년 감소세에 있다보니 이 지역 유통업계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오프라인 매장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콘텐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존 계획대로 점포 개발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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