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정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라면업계의 '영원한 맞수' 신라면과 진라면의 경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존의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 신라면의 시장 지배력은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젊은 층으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진라면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어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23일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시장에서 라면 매출 1위는 신라면이었다. 신라면은 전년 대비 0.1% 줄어든 3천3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위 진라면과는 1천400억 원까지 격차를 벌렸다.

신라면이 진라면에 비해 비싼 제품인 만큼 매출로는 큰 차이가 있지만 점유율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진라면은 지난해 초 판매량 기준 점유율에서 15.5%를 차지하며 신라면을 1% 차이까지 추격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 등 농심의 브랜드 이미지에 호재가 이어지며 이 차이가 다시 3% 수준까지 벌어졌지만 진라면의 2000년대 초반 점유율이 5%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해 보면 20년만에 '보이지 않던' 경쟁작이 '라이벌'로 급부상한 셈이다.
이에 업계는 진라면이 신라면의 '30년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함영준 회장 일가로 등으로부터 이어지는 미담으로 '갓뚜기' 이미지를 구축한 오뚜기의 인기가 젊은 층에서 매우 높은 만큼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구도가 이어지지는 않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 5월 진행한 '봉지라면에 대한 소비자행태조사' 결과에서 이 같은 예측의 근거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코바코는 봉지라면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와 실제 구매한 라면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46%가 봉지라면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신라면을 꼽았다. 진라면은 22%의 응답률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구매한 라면을 묻는 질문에는 26.4%의 소비자가 진라면을 택했고 신라면은 23.5%에 그쳤다. 향후 구매의향 조사에서도 진라면이 24%를 기록하며 신라면보다 4%p 높게 나왔다.
진라면은 2040세대 소비자와 50대 여성 소비자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가치 소비'에 대한 니즈가 높은 2040세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갓뚜기'의 이미지가 긍정적 영향을 주고 50대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진라면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40세대 여성은 진라면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정 내 소비 실권을 쥐고 있으며 이들의 선택이 곧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적으로 진라면이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이 사실상 국내 라면 시장을 개척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깊게 인식돼 있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는 신라면 대비 진라면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진라면에 보다 유리한 구도로 시장이 전개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진라면의 '돌풍'이 마케팅 효과로 인한 이미지일 뿐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진라면의 점유율 급상승보다는 비싼 가격에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신라면이 더욱 대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파생 상품 및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에서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신라면의 독주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바라봤다.
실제 신라면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파생 상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11년 신라면의 프리미엄 버전인 '신라면 블랙'을 론칭해 시장에 안착시켰고 지난해에는 세번째 브랜드인 '신라면 건면'을 론칭해 건면 시장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반면 오뚜기는 최근 들어서야 '진비빔면', '진진짜라' 등 브랜드 파생상품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 역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나 신라면의 파생상품에 비해서는 아직 영향력이 미미해 파생 상품을 통한 본 제품 구매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두 제품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진다. 신라면은 현재 세계 100여개 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보이며 3위에 안착해 있고 중국 시장에서도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반면 오뚜기는 베트남을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할 해외 시장 실적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진라면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생 상품 및 해외 실적을 고려해 보면 두 제품에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며 "완만한 수축 구도에 들어선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만으로 진라면이 신라면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신라면에는 아직 잠재력이 남아 있다"며 "이를 발휘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지배력도 더욱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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