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터줏대감'인 마켓컬리와 후발주자 쿠팡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상태지만 마켓컬리가 고품질 정책을 고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업계에선 쿠팡이 마켓컬리를 쉽게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약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당초 업계는 새벽배송 시장을 1조 원 대로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예상치를 올려 잡았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5월 국내 최초의 새벽배송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배우 전지현을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 이에 2016년 173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천28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마켓컬리의 급성장은 신세계 등 유통업계 기존 강자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또 지난 2018년에는 이커머스 업계 스타로 떠오른 쿠팡이 '로켓프레시'라는 이름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론칭시키며 경쟁은 제2막에 접어들었다.
쿠팡은 압도적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지난 4월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시작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장기적으로 쿠팡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구매 편의성이 높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고객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8월 준공 예정인 대구첨단물류센터가 가동되면 경쟁사와의 물류 역량 격차도 더욱 커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빠른 속도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쿠팡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쿠팡은 로켓프레시 서비스 초기에 채소나 야채 등 식재료를 위주로 판매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호식품과 프리미엄 식품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8천500개의 상품 구색을 갖췄다. 쿠팡의 영향력을 고려해 보면 이 같은 라인업 확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생겨나며 고객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고객들은 구매하려는 상품을 여러 군데서 사지 않을 것"이라며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한 군데서 모두 구매할수 있도록 하는 고객 경험 제공이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켓컬리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명백해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잠식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 새벽배송으로 판매하는 1만2천여 개의 상품 중 20%를 독자 유통 상품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 상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총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커머스 상품 유통사라기보다는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또 마켓컬리가 창립 이래 지금까지 유지해 온 '고품질 정책'도 고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마켓컬리는 인증 절차를 거친 생산자와의 장기 계약을 맺어 판매를 보장하고, 당일 필요한 상품만을 소포장 배송해 유통 절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마켓컬리 상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고 지난해 재구매율 61.2%를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통상 이커머스 시장의 평균 재구매율은 28% 수준이다.
마켓컬리의 전략은 시장의 호응도 이끌어냈다. 마켓컬리는 지난달 8일 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까지의 총 투자금은 4천200억 원에 달한다. 마켓컬리는 이를 올해 말 오픈 예정인 김포 물류센터와 고객 서비스 강화, 인재 유치에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유통기업이 뛰어들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독자적 요소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마켓컬리는 이 부문에서 가장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이는 업계 트렌드 급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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