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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에어] '슬의생' 넷플릭스와 VOD 달랐다…비대칭 심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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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OTT 사업자, 국내법 사각지대…악용 가능성 우려

현재까지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을 정도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전통적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콘텐츠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류를 이끈 K-콘텐츠와 더불어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K-OTT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OTT온에어]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OTT 산업 소식을 한 곳에 모아 전달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국내 유료방송 주문형비디오(VOD)와 넷플릭스를 통해 볼 때 주요 방송 장면에서 일부 차이를 보였다.

VOD의 경우 일부 혐오 장면이 특정 부문을 흐리게 조치하는 '블러'처리 된데 반해 넷플릭스는 해당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 같은 드라마인데 왜 이 같은 차이가 있을까.

이는 국내 유료방송 VOD의 경우 사후규제를 적용받게 돼 그에 따른 자체 심의를 준수하지만, 넷플릭스는 해외 OTT 사업자로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 처리 없이 내보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떄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송심의 차이에 따른 역차별 및 우회 경로를 활용한 사례 확대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칭 규제가 지속된다면 선정적이나 폭력적, 혐오적인 장면 노출 차원을 넘어 차별적 간접광고(PPL)로 인한 시장 혼탁 등도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 IPTV VOD 장면(상)과 넷플릭스 장면 비교 [사진=IPTV, 넷플릭스 캡쳐]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 IPTV VOD 장면(상)과 넷플릭스 장면 비교 [사진=IPTV, 넷플릭스 캡쳐]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개념이 모호한 해외 OTT 서비스 사업자의 경우 방송심의 대상에 속하지 않아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규제 비대칭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만 하더라도 넷플릭스를 통해 본 방송과 IPTV 등 국내 VOD를 통해 보는 장면에 차이가 있다.

가령, 2화 방송분에서는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동상에 걸린 다리를 방치해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는 장면(넷플릭스 기준 1시간 6분 30초~7분 35초 구간)이 나온다. 이를 본 장겨울(신현빈)이 핀셋 없이 구더기를 골라 내는 모습을 안정원(유연석)이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다만 해당 장면은 IPTV나 케이블TV 등 국내 유료방송 VOD를 통해 볼 경우 블러처리 돼 실제 구더기 장면을 볼 수 없다. 넷플릭스에 등록된 영상에서는 구더기가 너무 많아 흘러 내리는 장면까지 여과 없이 나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 IPTV VOD 장면(상)과 넷플릭스 장면 비교 [사진=IPTV, 넷플릭스 캡쳐]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 IPTV VOD 장면(상)과 넷플릭스 장면 비교 [사진=IPTV, 넷플릭스 캡쳐]

◆넷플릭스- IPTV, 같은 '슬의생'인데 왜 달라?

이 같은 차이는 해외 OTT와 국내 IPTV에 서로 다른 규제 체계가 적용되는 탓이다.

통상 넷플릭스에 등록되는 영화나 해외 드라마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거쳐 사전규제를 받게 된다. 이 곳에서 심의 절차를 밟아 여러 항목들이 결정되고 그에 따른 등급을 부여받는다. 넷플릭스가 직접 받지 않더라도 중계 사업자를 통해 등급을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한다면 반드시 영등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은 절차가 다르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콘텐츠의 경우 각 방송사의 자체 규정으로 심의를 진행한 뒤 방영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심의에 어긋나는 장면이 노출된다면 방송법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사후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는 사후 규제 대상도 아니다.

즉, 넷플릭스는 실시간으로 방송된 콘텐츠를 들여올 경우 영등위 사전규제는 물론 방송법상 사후규제도 받지 않는다. 입맛대로 콘텐츠를 내보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같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더라도 유료방송 VOD를 통해 보는 시청자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는 시청자는 다른 장면을 보게 되는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심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심위]

◆ 방송법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 OTT 사업자…시장 왜곡 '잠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해당 장면 블러 처리 등은 하나의 예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이같은 심의 비대칭으로 국내외 역차별은 물론 시장 왜곡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도 심의를 위한 모니터링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량의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까지 사후 심의를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에 따른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위해 사전규제 등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같은 비대칭 규제에 따른 시장 왜곡 사례도 심심찮다.

방심위는 지난달 26일 tvN 및 올리브네트워크 '라끼남'에 대해 과도한 간접광고를 이유로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협찬주에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및 구성했고 유사한 구성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방심위의 경고는 TV방송에만 제한됐다. 사실 '라끼남'은 TV방송으로는 짧은 스낵영상을 보여주는 대신 구글 유튜브를 통해 풀버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콘텐츠다. 실제로 TV방송이 아닌 유튜브에 등록된 리끼남 풀버전은 썸네일부터 특정 상품이 노출될 정도로 간접광고(PPL)를 활용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구글 유튜브도 방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혐오, 선정, 폭력 장면이나 과도한 PPL 광고 역시 잡아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가 법을 악용해 해외 OTT 사업자에만 노출하는 PPL 계약을 맺는 것 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며, "작은 구멍하나가 댐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이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방송시장의 비대칭 심의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때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 대상 및 평가자료제출 의무 대상에 OTT 사업자를 포함시켜 매체 간 효율적인 경쟁체제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 현 국무총리비서실장) 역시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OTT 서비스를 플랫폼 계층에 해당하는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신설, 분류하려 했다. 이를 통해 OTT에 대한 별도 심의체계를 수립하고자 했으나 이 역시 자동 폐기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OTT 사업자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나 근거가 없다"며,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향후 입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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