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페이스북이 2016년말에서 2017년 초에 했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쳤지만 법상 '이용 제한'에 해당되진 않는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따라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망 품질에 대한 의무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관심이 쏠렸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온 형국. 오히려 망 이용대가 인하나 무정산을 요구하는 등 상호접속 고시 논란으로 불똥이 튄 형국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KT의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두고 KT와 접속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타 통신사 고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상호접속 고시 개정 이후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통신사에 내야할 망 이용대가가 올라갔다.
페이스북이 타사 고객에게 가는 트래픽을 KT가 아닌 홍콩 등으로 우회시키면서 접속경로 임의 변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방통위가 이를 문제삼아 제재헀지만 이번 행정소송에서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준 것. 이번 판결이 망 이용대가와 상호접속 논란으로 확전되는 이유다.
상호접속 고시 개정 이후로 망이용대가가 상승했다는 것은 페이스북뿐 아니라 CP업계가 전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다. 상호접속은 통신사간의 계약인데 CP의 망이용대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통신사 상호접속 왜? … '무정산'이 원칙은 아냐
개별 통신사(ISP)가 구축한 인터넷 망은 가입자들과 CP를 유치해 규모를 키운다. 하지만 다른 망과의 연결이 없으면 정보교환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서로 접속계약을 맺는다.
이런 접속은 직접접속(피어링, peering)과 중계접속(트랜짓, transit)으로 구분한다. 피어링은 계약당사자간에 교환되는 트래픽 중 제3자의 망으로 전송할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계약을 말한다. 반대로 트랜짓은 서로가 교환한 트래픽을 다른 망으로 전송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한 통신사의 망을 쓰는 CP의 트래픽은 이처럼 접속계약에 따라 여러개의 직접·중계접속된 통신사 망을 거쳐 이용자에 전달된다. 이런 과정에서 정산을 하지 않는 접속계약은 사업자간에 요구가 맞아 떨어져 나타나게 됐다. 서로 오가는 트래픽의 규모가 비슷한 망끼리 상호간 정산 없이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 트래픽 교환비율이 비슷하다면 서로가 받게 되는 비용과 편익이 유사하고, 오히려 정산을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자가 업로드보다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서버-클라이언트' 모델이 대표적인 인터넷 사용유형으로 자리잡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오고가는 트래픽의 규모에 불균형이 생겼다.
이 탓에 직접접속임에도 한쪽에서 대가를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paid-peering)'이 등장했다. 대가를 지불하는 게 싫다면 중계접속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피어링에 비해 이용자 입장에서는 속도 등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생긴다.
◆"인터넷 생태계 비용, 분담 취지…경쟁활성화는 필요"
이처럼 대가 지불에 대한 이슈가 생겨나면 돈을 받아내려는 통신사에서는 여러 옵션 중 접속을 끊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은 2004년에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기간통신사에게 인터넷 상호접속 의무를 부여하고, 통신사가 부당하게 인터넷망을 단절하거나 접속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순전히 사업자간 계약에 따라 상호접속이 이뤄졌는데, 당시 1위사업자이던 KT가 후발사업자의 중계접속을 허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접속의무가 생김에따라 각 통신사는 접속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CP 유치에 적극 나섰고, 이 과정에서 CP가 지불하는 망이용대가도 전반적으로 지속 감소했다는 게 통신업계 설명이다.
또 정부와 통신업계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트래픽 정산소를 세워 통신사들이 주고받는 트래픽의 통계를 내고, 사업자간 규모를 3계위로 나눠 정확한 파악에 나섰다. 같은 계위에 묶인 통신사끼리는 실제 트래픽에 기반해 직접접속과 중계접속의 트래픽을 구분한 뒤 대가를 정산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계위 사업자인 KT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끼리 직접 주고받는 트래픽은 무정산에서 상호정산으로 바뀌고, 2계위 사업자와 CP처럼 전용회선료를 통신사에 내던 사업자들도 트래픽 대가를 정산하도록 했다. 2016년 이 같은 내용의 상호접속 관련 고시가 개정된 바 있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통신사는 보내는 트래픽이 훨씬 많고 받는 트래픽이 적은 CP를 유치하면 할수록 한계비용이 감소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생태계의 모든 사업자들이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게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위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거치며 2016년부터 시행된 상호접속 고시 개정 작업을 주도했던 전문가다.
이 전문위원은 "고시 개정 전 CP의 규모별 망이용대가를 보면 중소CP는 요율 기준으로 비싸게, 대형CP는 조금 더 싸게, 구글 등 글로벌CP는 0이었다"며, "추후 트래픽의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경쟁하한선'을 두고 CP가 이 정도의 망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시 개정 이후 국내CP에도 망이용대가 상승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자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CP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에도) 직접접속을 하는 1계위 사업자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며 "케이블SO나 세종텔레콤·드림라인 같은 2계위 사업자의 망을 이용해도 비용과 품질이 유리하다면 (이를 택하는 등) 통신시장 경쟁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제도 도입 초기 통신사들이 실제로 CP에게 얼마의 대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이 있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가 나서서 망이용대가 관련 자료제출을 강제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용자에 받고 CP에 또 받고? …'양면시장' 속성, 선택은 통신사
특히 CP업계는 "통신사는 가입자로부터 (요금제 등)돈을 받는데 왜 CP에게 다시 (망 이용대가)돈을 받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통신망을 '양면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를 플랫폼사업자로 보면 양측의 시장에 이용자, 즉 CP와 일반 가입자들에게 각각의 과금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일반 통신시장에서는 정부의 가격규제로 인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 수익지표가 성장을 멈춘지 오래된 상황이다. 관련 망 투자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서비스 품지 유지 등을 위해 합릭적인 망 이용대가를 받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이론적으로는 양면시장에서 총가격 수준을 유지하면서 양측에 부과하는 가격수준을 다르게 배분했을 때 거래량에 변화가 나타난다"며, "양측 시장에 가격을 배분하는 것은 플랫폼(통신사)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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