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전세계적으로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기술 기반 미디어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도 유튜브는 물론 넷플릭스 등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
동영상 시청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구글 유튜브와 유료방송 사업자를 중심으로 넷플릭스가 세를 키우고 있는 것. 하반기 훌루를 인수한 디즈니까지 가세,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할 자체 서비스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해외 사업자에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는 K콘텐츠를 앞세운 CJ계열의 '티빙'과 왓챠플레이가 있으나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 KT의 '올레tv 모바일'과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 역시 OTT라하기보다는 IPTV의 모바일 부가상품 수준이다.
그나마 지상파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과 SK브로드밴드 '옥수수'를 통합한 토종 OTT 연합플랫폼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 영향력 확대하는 해외 OTT 사업자…잠식 우려 커진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해외 OTT 사업자로 인해 시장 잠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글 유튜브의 경우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이용시간 비중은 85.6%에 달한다. 게다가 동영상을 넘어 포털 검색까지 잠식하고 있는 상태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케이블TV사업자인 딜라이브와 손잡은 뒤 CJ헬로에 이어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까지 제휴를 확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 4월 통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모바일 영상 카테고리 내 순방문자 수 순위에서 약 2천580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네이버와 옥수수, LG유플러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약 133만명 수준으로 약 134만명의 KT와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가입자가 더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도 상당하다.
하반기 넷플릭스 대항마 격인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태.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인 월 6.99달러(한화 약 8천원) 수준의 요금제를 앞세워 오는 11월 12일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디즈니는 국내서도 인기 많은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 등을 거느리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마블 등의 계약을 종료, 디즈니 플러스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디즈니와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 3사 콘텐츠 시청 비중이 약 40%에 달했기 때문에 벌써부터 디즈니 플러스의 성공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
디즈니는 최근 경쟁OTT '훌루'까지 인수, 세를 더 키운 상태다. '훌루'는 넷플릭스에 위협을 느낀 미국 지상파 NBC와 폭스엔터테인먼트, ABC 등이 연합해 지난 2008년 설립한 미국 시장 2위 OTT다. 미국과 일본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으로 약 9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디즈니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국내 미디어 시장은 해외 미디어 공룡들의 놀이터가 될 여지도 충분하다.
특히 국내 OTT 시장은 이 같은 해외 사업자들 공세에도 정작 이를 규율할 법제도도 미비한 상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계에서는 서비스 혁신 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OTT를 방송과 같은 규제틀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기존 유료방송서비스를 대신하는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료방송 업계는 해외사업자에 시장 잠식이나 코드커팅 현상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미국 컴캐스트가 영국 스카이를 인수하고,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수평적 수식적 합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자 자체적인 OTT 역량을 키우고 있어 국내 시장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오범(OVUM)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이후 전세계 OTT 가입자 수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말 넷플릭스가 케이블 가입자 수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토종 OTT 경쟁력 키워야
국내서도 해외 OTT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상파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과 SK브로드밴드 '옥수수'의 통합법인 출범을 통한 토종 OTT 연합군이 대표적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이례적 협력으로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이를 통해 '아시아판 넷플릭스'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의 통합법인 설립은 최종 단계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만 남겨놓은 상황. SK텔레콤은 지난 4월 8일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30일로 최대 90일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보정자료 요청 시 기일산정이 되지 않아 시일이 추가될 수는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해외 OTT 공세 등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특별한 쟁점 사유가 없다면 통합법인 인가를 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토종 OTT 연합군이 출범하더라도 이용 점유율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구글 유튜브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 대비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야 해 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 OTT 서비스 등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
앞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넷플릭스에 대항할 한국형 글로벌 OT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넷플릭스 등 미국에서 어마머아한 서비스들이 밀려오고 있는데 안에서도 제대로 된 게 나와서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이 OTT 통합법인 출범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로, 오히려 해외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방송 생태계가 위협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한국 OTT가 자생력을 갖출 시간을 벌 수 있는 현재가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발 빠른 대응을 위해 기업결합 심사 신청 전인 3월 5일 사전심사를 신청한 바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7월 1일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반 준비가 모두 끝나 조기 출범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당장은 빠른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게 관건.
방송업계 전문가는 "공정위가 경쟁제한성 등을 중점 심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해외 OTT에게 상당부분 점유율을 내준 상태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종 OTT 연합 등을 통해 국내 OTT 콘텐츠 경쟁력이 담보된다면 향후 해외 OTT 사업자와의 협상도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거꾸로 해외 OTT 사업자를 통해 국내 OTT 서비스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내플랫폼(PIP) 방식으로 교차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 사업자와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 OTT 사업자가 견줄 수 있는 콘텐츠 경쟁력이 담보돼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라며, "K콘텐츠가 해외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음을 확인한 이 시점이야말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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