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폰 출시가 임박해지면서 소비자와 음악업계,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MP3 음악 복제방지 장치를 놓고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이달말 KTF가 처음 MP3폰을 출시하고 LG텔레콤도 3월초 MP3 폰을 내놓을 예정. SK텔레콤도 뒤이어 MP3 폰을 내놓을 전망이어서 바야흐로 'MP3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음악저작권을 가진 음반업계와 콘텐츠 업체들은 불법복제가 가능한 휴대폰 등장을 염려한다. 어느 한 이동통신사라도 불법복제 방지장치(DRM)를 갖추지 않으면 타 이통사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쟁점은 '불법복제 가능성'
현재 PC에 저장된 음악이라면 누구나 MP3 플레이어에 옮겨 들을 수 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는 대략 30~60곡까지 음악 파일을 저장할 수 있지만 불법복제를 막는 장치는 없다.
사실 MP3 플레이어는 그동안 음악 파일 불법복제에 대한 제재를 덜 받았다. 불법복제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던 데다 저작권 단체 역시 이를 '묵인'해 온 셈이다.
그러나 휴대폰에 MP3 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전국민'이 쓰는 것이나 다름없는 휴대폰에서 MP3 음악이 불법 복제돼 유통된다면 음악시장 및 콘텐츠 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희덕 한국음원제작자협회장은 "인터넷에서 불법음악 다운서비스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2003년 저작권료가 2002년의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며 "네티즌들의 저작권 보호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휴대폰에 복제방지 장치가 없다면 불법복제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제작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인터넷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음반업체들에 낸 저작권료는 고작 2천800만원. 4분기에는 4천500만원으로 늘어났다지만 음반업체들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협회 관계자는 "인터넷에서도 음악이 유료라는 인식이 네티즌 사이에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한다.
음악콘텐츠 서비스 통화료로 큰 수익을 얻는 이동통신사 역시 장기적으로 산업보호와 시장활성화를 위해 복제방지 장치를 갖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통사중 가장 먼저 MP3폰을 내놓는 KTF는 케이블로 연결해 유선 '매직엔' 사이트에서만 음악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PC에 저장된 곳 중 '다른 사이트에서 값을 지불했더라도' 휴대폰으로 옮길 수는 없게 한 것이다. 단 삼성전자 애니콜의 경우 7일간 애니콜랜드에서 무료 다운이 가능하다.
◆ 이통사들의 '동상이몽?'
그런데 이동통신사들 생각이 모두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3사 모두 "MP3 폰은 당분간 출시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전쟁'이 시작되며 이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MP3폰이 최대의 이슈가 돼 버린데다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신 불법복제 방지 장치를 갖추자는 의견이 대두됐지만 일부 이통사가 출시를 얼마 앞둔 지금까지도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정보통신부, 이통3사, 폰 제조사, 음반사 대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복제방지장치 내장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LG텔레콤과 LG전자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통부 담당자는 26일 "LG텔레콤이 복제방지 장치 탑재여부를 확정해 이달 중 보고키로 했지만 지금까지는 입장표명이 없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이 3월초 출시할 'LP-3000' 모델에 복제방지 장치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감은 이래서 더해진다.
LG텔레콤 배승철 담당은 "최근 테스트폰 일부를 제외한 상용 서비스폰에는 복제방지 장치를 갖추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테스트폰을 '몇 대나 판매할 지, '테스트 기간'을 얼마로 둘지에 대해 논란의 불씨는 살아있다.
현재 번호이동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볼 때 한 이통사가 불법복제가 가능한 MP3 폰을 내놓는다면 다른 이통사도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비공식적으로 얼마든지 복제 가능한 휴대폰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쉽게 할 수 있다.
콘텐츠 업계 A사장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4천억원 이상 되는 휴대폰 음악시장도 단번에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음원단체, "음악 안준다"
저작권 관련단체들은 최근 'MP3폰 논란'을 맞아 음원제작자협회로 창구를 단일화 했다.
음악제작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불법 음원에 대해 재생하는 MP3 폰을 제조하거나 관계하는 이통사에 대해서는 모든 음원을 공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의했다"며 "협조하는 CP에게도 음원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협회 윤성우 팀장은 "단기적으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만 생각해 복제를 묵인하는 것은 불법을 방조하는 것과 똑같다"며 "음악시장의 건전한 시장 활성화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복제방지 논란 속에 정작 소비자들로부터는 MP3폰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세티즌의 커뮤니티 운영자 안동률 씨는 "특정 이통사 사이트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다는 것은 기존 MOD폰과 다를 게 뭐가 있냐"면서 "PC에 저장해둔 음악파일을 휴대폰에 옮길 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그게 안된다면 MP3폰으로 다운받은 음악을 PC나 MP3플레이어로 옮기는 것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에서 복제방지 기능을 갖추더라도 소비자의 불만이 쌓인다면 '문제를 해결할' 무엇인가가 머지않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사실 이 대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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