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국내 의자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디비케이와 시디즈가 최근 큰 폭의 경영변화를 겪으며 내부 다지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디비케이는 회사 이름을 자사의 상징인 '듀오백'으로 되돌렸고, 시디즈는 법인을 변경하며 비상장사에서 상장사로 탈바꿈하고 내부 구조를 조정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의자시장 규모를 8천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추정한다. 2016년 기준으로 시디즈는 1천394억원, 디비케이는 324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의자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디비케이는 이날 인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듀오백'으로 변경했다. 지난 2014년 사명을 듀오백에서 디비케이로 바꿨는데 4년 만에 되돌리는 셈이다. 디비케이 관계자는 사명 변경에 대해 "'듀오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라며 "'듀오백' 의자가 유명한 만큼, 사명도 이 같이 바꾸는 것이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디비케이는 의자 브랜드 '듀오백'으로 2000년대 대중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명성과는 다르게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적은 썩 좋지 못했다. 연결 기준으로 2014년 영업이익 35억원을 달성했다가 2015년 39억원, 2016년 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시장인 B2C 의자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가, 지난 수년간 주력했던 사업 다각화의 성과가 다소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5억8천만원의 영업이익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의 의자 사업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디비케이는 지난 1월 사물인터넷을 탑재한 아동용 의자를 출시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휴먼인터페이스 시스템연구실·빅데이터 분석업체 '알고리고'와 협업했다. 디비케이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생체신호 측정장치 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처리, 온라인 정보 제공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향후 듀오백은 청소년·성인용 의자 등에도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사물인터넷 의자 라인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인 시디즈도 지난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재편 방안을 확정했다. 기존의 시디즈 법인은 퍼시스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해 순수지주회사로 탈바꿈하고, 상장계열사인 팀스가 시디즈의 의자 제조·유통·영업 사업을 325억원에 양수하고 '시디즈'라는 사명까지 넘겨받았다. 기존에 시디즈 대표를 맡았던 손태일씨가 새로운 시디즈에서도 대표를 맡게 됐다. 결과적으로 비상장회사였던 시디즈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한 셈이 됐다.
새로운 시디즈는 기존 시디즈에서 사업은 물론 유통망, 종업원 등까지 고스란히 넘겨받았기 때문에 당장 의자 사업에 미칠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손동창 퍼시스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향후 경영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손 회장의 아들인 손태희 퍼시스그룹 부사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퍼시스그룹 내에는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두 줄기의 지배구조가 존재한다. 우선 손 회장-시디즈-퍼시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손동창 회장이 퍼시스의 지분 16.73%를 소유하고 있는데 퍼시스의 최대 주주는 시디즈(30.76%)다. 그런데 손 회장은 또 시디즈의 지분 80.51%를 보유하고 있어 손 회장이 실제적으로 퍼시스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또 손태희 부사장은 일룸의 지분 29.11%를 보유 중인데, 일룸이 지난해 4월 시디즈의 팀스 보유 주식 전량을 사들이면서 팀스 지분 40.58%를 소유하게 됐다. 실질적으로 손태희-일룸-팀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번에 팀스가 시디즈로 탈바꿈하면서 손 부사장은 그룹 내 알짜 계열사인 일룸과 시디즈를 모두 지배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절차를 손 부사장으로의 기업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퍼시스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일룸의 팀스 지분 거래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팀스-일룸 간 내부 제조 프로세스 효율을 높여 가격·품질관리력을 강화하고자 하기 위함이었고, 12월 영업 양수도 계약은 상장사인 팀스의 사업을 확장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