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한 미디어법에 대해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또 다시 정치적 핵심 쟁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결정나게 됐다.
이 사안은 방송법 재투표가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한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안건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지, 대리투표가 사실이라면 표결 자체가 무효화될지, 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가 야당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미디어법 3개안이 통과된 지난 7월22일 방송법이 표결될 때 사회를 보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재석 의원이 145명에 불과한 상태에서 투표를 종료해 다시 긴급히 재투표를 실시했다.
이러자 민주당은 이 부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했으므로 방송법은 부결된 것이고, 그 뒤 이뤄진 재투표는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단순 무효된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투표를 실시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리투표 의혹은 좀 더 복잡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당시 본회의가 광범위한 대리투표가 이뤄졌다면서 미디어법 표결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투표 방해 행위 이외에 대리투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현재 대리투표 의혹에 대한 증거 수집에 혈안이 돼 있다. 한나라당이 7월29일 민주당 의원들의 역 대리투표와 투표 방해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했고, 민주당이 2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서로에 대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당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대리투표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국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대리투표 등 사실 관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어 대리투표 증거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방송법 재투표 및 대리투표의 위법성을 검토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을 구성하고 7월31일 국회 사무처에 방송법 통과 당시 국회 본회의장 내부와 출입문, 비상출입문, 로비 등을 촬영한 CCTV 자료 등을 조속히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본회의 당시 법안별 국회의원 투표 현황에 대한 기록과 본회의 속기록, 회의록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헌재는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공개 변론을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법 심리 역시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야의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월31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헌법학자들의 자문을 받아보니 민주당이 제기한 미디어법 관련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민주당 의원들이 청구인 당사자 자격이 없기 때문에 각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에 불법 난입한 언론노조원과 보좌진을 동원해 본회의장 출입을 방해하고 전자투표를 방해한 민주당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이기 때문에 권한쟁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지난 주말 김형오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부산과 대구를 방문해 미디어법 원천무효 홍보전을 이어가는 등 전국을 도는 거리 홍보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3일 재투표 논란이 일고 있는 방송법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재투표 선언이 있기 전에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투표된 방송법 역시도 원천무효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미디어법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정치권은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어 여야의 비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핵심 쟁점이 잇따라 헌법재판소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선출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선출직 권력인 국회와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권들이 타협과 협상을 통해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 무한 갈등을 반복하면서 입법부 스스로의 권위를 낮췄다는 반증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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