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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수평규제의 핵심은 '컨버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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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정보통신부가 앞으로의 통신사업자 분류체계를 수평적 규제 패러다임으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호주나 영국처럼 '레이어별규제(OSI 7레이어)'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및 국회,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최근 회원국들에게 '레이어별 규제' 원칙에 따라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라고 권고한 뒤, 유럽 각국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레이어별 규제'란 국제표준화기구인 ISO가 통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7단계로 나눈 'OSI 7 레이어'에 기초해 규제 패러다임을 재정비하는 것.

'OSI 7 레이어'는 최하위부터 ▲물리 레이어 ▲데이터링크 레이어 ▲네트워크 레이어 ▲트랜스포트 레이어 ▲세션레이어 ▲프리젠테이션레이어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로 등으로 구분돼 있다.

이는 한 마디로 인터넷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패킷)가 어떤 방식으로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가를 설명하는 것.

예를 들어 ▲물리망(물리레이어, 데이터링크레이어) ▲논리망(네트워크레이어, 트랜스포트레이어) ▲IT시스템(세션레이어, 프리젠테이션 레이어,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과 ▲정보자원(콘텐츠) 등으로 나누는 식이다.

광대역통합망(BcN)으로 대표되는 올 IP(ALL IP)시대가 오면 유·무선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존 통신망과 방송망간 차이도 없어지는 만큼, 종전에 시내전화·시외전화·이동전화 식으로 나눴던 사업자 분류체계를 컨버전스 추세에 맞게 바꾸자는 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홍렬 박사는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이 꼭 'OSI 7레이어'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 철학은 이에 기반하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경우 기존 각국별 제도를 없애고 새롭게 규제정책을 재편하는 과정에 있어 훨씬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어별 규제' 이유, 올IP추세 때문

과거 통신은 음성전달을 위한 호(Call)나 회선을 중심으로 단순한 구조를 보였다.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교환·전송망(물리망)에서 만들어졌던 것.

그래서 정부의 통신규제도 물리망에 기초한 네트워크 규제에 집중됐다. 서비스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통신망) 확장 개념이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통신 서비스 곳곳을 파고들고 있는 지금, 더 이상 물리적으로 통신망을 확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단말정보기기, IT를 다루는 능력, 콘텐츠 등이 스스로 높은 가치를만들면서 정책적인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KISDI의 강홍렬 박사는 "물리망이 기반화되고 하드웨어 부분이 범용화되면서 누가 인터넷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제 부가가치는 물리망이나 논리망 아래가 아니라, 정보자원(콘텐츠)과 IT서비스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SK텔레콤과 KT가 앞다퉈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도 올IP 시대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통신망보다는 콘텐츠나 단말기가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긴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 박사는 "물리망과 논리망(인터넷)에는 통신규제 정책이, 콘텐츠 분야에는 지적재산권 문제가, IT서비스(정보서비스)분야에서는 공정경쟁 정책이 강화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이들 각 레이어들은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동시에, 수직적인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특정 플랫폼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단위 기업이 다른 레이어(콘텐츠 등)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이어별 규제'는 컨버전스 규제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레이어별 규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정부는 고속·광대역 통신망, 논리망 등에서 개방성과 확장성, 통합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 제정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최근 수평적 규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고유한 WAP 방식 서비스같은 것은 그렇게 가면 안된다는 의미"라며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어떤 망이든 자유롭게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이미 무선데이터망 개방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부가 밝힌 ▲네트워크(전기통신회선설비, 대규모 설비 보유자는 별도 구분) ▲전송서비스(전송사업자) ▲정보서비스(정보사업자) 등 '수평적 규제' 정책이 무르익으려면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용수 전 통신기획과장(혁신기획관)은 "수평적 규제로 전환한다는 큰 비전을 밝힌 것일 뿐, 내용이 구체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가 '수평적 규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려면, 방송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실 박충규 보좌관은 "사실 레이어별 규제는 통신과 방송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해 정통부가 새롭게 규제의 틀을 마련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방송망과 통신망의 구분이 사라지는 기술추세를 감안하면 아주 합리적인 이야기이지만,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 등의 논의와 맞물려 통신사의 콘텐츠 시장 진출 등 IT 업종 내부의 컨버전스화(융복합화)에 따른 공정경쟁 이슈는 소홀히 한 채 규제기관 논쟁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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