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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에 대한 오해들...사업, 규제정책에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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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 시장에 '컨버전스(Convergence)'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를 잘못 이해하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데 실패하거나 뒤떨어진 규제 제도를 도입할 위험성 또한 크다.

'융·복합화'를 뜻하는 컨버전스는 방송·통신 융합, 금융·통신 융합, 의료·통신 융합 서비스 등 다양한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네트워크 발전단계에서도 BcN(Broadband Convergence Network)이란 말에 녹아 들어가 차세대 통신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컨버전스'는 대중화됐다. 하지만 이를 IT 구성요소중 여러 단계에서 혼용해 쓰고 있어, 기업들이 사업전략을 만들거나 정부가 규제제도를 만들 때 혼란을 빚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컨버전스'는 서비스간 결합이다...기술중심 비즈모델의 한계

음성과 함께 동영상서비스가 가능한 IMT-2000(WCDMA). 자체로 '컨버전스' 서비스라고 말하긴 어려우나, 음성데이터와 동영상데이터가 함께 제공된다는 점에서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보면서 통화한다"는 IMT-2000의 비즈니스 모델은 실패했다는 평가다.

홍원표 KT 차세대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상무)는 "IMT-2000을 영상전화 모델로 잡은 것은 기술중심적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기술자들은 IMT-2000에서 대용량 데이터의 집적인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데 관심을 가질 지 모르지만, 영상 전화의 실제 수요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비싼 요금을 감내하면서까지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측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지, 그 아래 단계인 플랫폼(논리망·물리망)의 특징에 의존해 사업모델을 만들었을 때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중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동전화 3사가 상용화한 모바일뱅킹 단말기에서도 엿보인다.

사업자들은 은행칩이 들어간 휴대폰으로 무선 계좌이체뿐 아니라 은행ATM기에서도 돈을 찾을 수 있게 하려고 적외선 통신모듈 장치를 ATM에 부착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다.

휴대폰을 꺼내 적외선을 ATM기에 쏘는 데 익숙하지 않고,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시간을 지체하며 새로운 행동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미래연구실 실장은 "컨버전스는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한 서비스간 결합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기술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컨버전스'에 대한 오해로 규제제도도 혼란

내년부터 상용화될 위성DMB는 '컨버전스'에 대한 오해로 가장 피해 본 케이스다.

DMB는 엄밀히 말해 통신만 제공했던 네트워크 플랫폼· 단말기 플랫폼이 방송까지 서비스할 수 있게 된 것. 서비스 영역에서 방송과 통신이 컨버전스된 게 아니어서 통신과 융화된 새로운 방송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 11월 국회주최 방송위 부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위성DMB가 새로운 서비스여서 콘텐츠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새로운 방송이 뭔지에 대한 오해때문"이라면서 "위성DMB는 새로운 매체이지, 새로운 방송 사업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미래연구실 실장도 "IT 구성요소간에 '컨버전스'의 의미를 혼용해서 이해하면서 위성DMB에 대해 지상파재전송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 잘못된 규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DMB는 물리망과 논리망 단계의 변화이지 방송·통신 콘텐츠간 융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cN 전략도 보완돼야

정부가 2010년 지금보다 50배빠른 인터넷(50~100Mbps급 인터넷)을 대중화하겠다고 한 계획에는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이 중심에 서 있다.

광대역통합망이란 지금의 통신망보다 주파수 대역폭을 늘리고 지능망 개념을 집어넣어 보안과 품질(QoS)을 보장 한다는 개념의 네트워크다.

집에 들어오는 1~2개 라인에서 TV로 인터넷도 하고 은행업무도 보며, 영상전화기로 원격의료 서비스도 이용하려면 망의 대역폭이 늘어나야 한다. 아들이 인터넷 동영상 전화를 쓰고 딸이 PC로 영화를 보더라도 TV로 하던 계좌이체가 중지되지 않으려면, 네트워크 품질보장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BcN은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란 이름처럼, 광대역 통신망을 통해 제대로된 컨버전스 서비스를 지원하는게 목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BcN 전략에는 컨버전스로 가능한 응용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라는 기술 도입에 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MPLS란 데이터 패킷에 IP 주소 대신 별도의 라벨을 붙여 스위칭 및 라우팅하는 기술. 정부는 기존 교환기에 MPLS 기술을 도입해 통신사업자가 지능적으로 네트워크를 제어하고 서비스별로 과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BcN의 궁극적인 목표가 안정적으로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네트워크 플랫폼 영역은 기술중립적이되 IP를 지원하면 되는 문제"라면서 "MPLS 도입에만 관심을 가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영역들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 컨버전스 시대가 꽃피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의 경우 기존 ATM 교환기에 MPLS를 일부 적용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전부 걷어내는 방식은 아니다"라면서 "MPLS의 경우 통신사업자들의 모임인 ITU-T에서 표준이 정해지는 등 통신사업자 위주의 망제어 및 과금 모델을 만들고 있어, 인터넷 개방망 시대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나 콘텐츠 업체가 주도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TV로 대용량 동영상을 보고, 영상전화기로 네트워크 PC게임을 즐긴다고 했을 때, 해당 서비스의 패킷량과 이에 근거한 과금은 통신사업자가 직접 하는게 아니라 동영상 업체나 네트워크PC게임 서비스 업체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고 이들이 다시 통신업체에게 사용료를 배분하는 방식이 낫다는 말.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BcN의 기본 모델은 통신회사가 오가는 각각의 응용서비스 데이터 패킷을 네트워크 차원(물리망)에서 이해해 과금하는 구조다.

이에따라 정부는 BcN 정책에 있어 ▲ 기술보다는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 서비스 영역은 지적재산권 중심으로, 네트워크 플랫폼 영역(논리망)은 공정거래 중심으로, IP 플랫폼 영역과 물리망은 통신규제 중심으로 규제체계를 개선해 컨버전스 시대 전체 IT 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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